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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으로 정년 채워 영광" 고창 출신 이홍훈 대법관 퇴임

고창 출신인 이홍훈 대법관(65)이 지난달 31일 정년 퇴임했다.

 

지난 2006년 7월 취임한 이 대법관은 2012년 6월까지가 임기(6년)이지만 대법관 정년(65세) 규정에 따라 이날 34년간 입었던 법복을 벗었다.

 

이 대법관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게 됐지만 "정년 이전에 법정을 떠나는 법관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년 퇴직하는 법관은 몇 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다"며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후 계획으로 고향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며 1년 동안 아예 변호사 업무를 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7일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개정 변호사법이 공포 즉시 시행됨에 따라 퇴직한 판·검사는 마지막으로 근무한 법원·검찰청의 사건을 1년 동안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 퇴임 후 1년간 10~20억원은 족히 벌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 그러나 이에 연연하지 않고 명예로운 정년 퇴임을 택한 이 대법관의 용단에 후배 법조인들은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대법관이 신고한 재산은 대법관 14명의 평균 재산(22억6655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13억2446만원이다.

 

그는 "법관으로 있으면서 사건처리에만 매달려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전관예우금지법 통과를 건강 관리하며 책도 읽고 공부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후배 판사들 사이에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듯한 애정이 있는'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강자와 약자에 사이에서, 대립과 갈등관계에서 균형을 맞추고, 판결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듯함'이 묻어있다고 한다.

 

그동안 줄곧 "은퇴하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해온 이 대법관은 당분간 노모(85세)가 계신 고향에 내려가 지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퇴임후 고향에서 땅콩 농사를 짓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부러워해왔다.

 

고창군 흥덕면에서 태어나 중학교(전주북중)때 전주에 올라온 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대법관은 1972년 사법고시(14회)에 합격하며 서울지법 남부지원(당시 영등포지원)에서 법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서울민사지법·서울형사지법·서울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인천지법 부장판사, 광주·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법·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을 거쳐 지난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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