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지난 5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는 12번째 영화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9일간 열렸던 영화제에서는 38개국 190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되었고, 약 7만 7000여명의 관객이 상영작을 보았다. 그러나 매년 그렇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많았다. 그래서 항상 영화제가 끝나면 영화제 상영작들을 극장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묻는 문의를 받곤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제가 끝난 후 영화제 상영작을 다시 보기란 쉽지 않다. 영화제 상영작의 프린트들은 영화제가 끝나면 해외로 다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제가 끝났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영화제 상영작 중 일부는 이미 수입되어 곧 개봉할 예정이고, 영화제 화제작은 영화제 이후 차례로 개봉하기 때문이다. 올해 개막작이었던 〈씨민과 나데르, 별거>(하반기 개봉예정),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6월 16일 개봉)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5월 19일 개봉)이 전자의 경우라면, 관객상 수상작이었던 〈트루맛쇼>(6월 2일 개봉),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애정만세>(6월 9일 개봉),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한 〈뽕돌>(하반기 개봉 예정)은 후자의 경우이다.
이외에도 영화제 기간 화제를 불러일으킨 많은 영화들이 현재 수입 논의 중에 있거나 개봉 대기 중에 있다. 그러니까 영화를 놓쳤던 관객들은 영화제목을 기억해두고 기다리면 영화제 상영작, 특히 화제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영화들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메가박스나 CGV,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면 상영관은 많지만 영화제 상영작이나, 예술영화, 독립영화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전주시 고사동 옛 보건소 자리에 위치한 '디지털독립영화관'에 가면 된다. 디지털독립영화관은 100여석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시설 면에서는 전국 어느 극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영사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이 극장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다양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만을 상영한다. 영화제 기간 놓쳤던 영화들도 이 극장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면 찾을 수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최신 독립 예술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도 있고 극장 옆에 있는 자료열람실에 가면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상영작들을 비록 좋지 않은 화질이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영화제 상영작, 예술영화, 독립영화라고 하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어렵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들은, 장담컨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대규모의 상업영화가 아니라 대부분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돈이면 최고라고 외치는 신자유주의 시대 속에서 피곤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에겐 한바탕 때려 부수는 속도의 영화나 웃음을 강요하는 허전한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진실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한 편이 더 필요할 지 모른다.
2004년 폐막작 〈노벰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예술은 미래를 장전한 총이다.' 영화가 예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영화 역시 '미래를 장전한 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미래를 장전한 총'이 될 수 있는 영화는 상업영화보다 예술, 독립영화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장전하고 있는' 전 세계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영화제 이후에도 보고 싶다면 디지털독립영화관에 가자. 이 멋진 극장은 여러분의 것이다. (디지털독립영화관 전화 063 231 3377, 홈페이지: http://theque.jiff.or.kr)
/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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