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올해 대학사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교과부의 등록금 심의위원회(등심위) 법안부터 발단이 됐다. 1월, 등심위 법안이 나오고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등록금 인하'를 유도했지만 법안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실효성 지적이 잇따르며 유명무실이 됐다. 이미 등록금 고지서가 발송된 뒤였고, 학생회는 학교 측 입심에 밀렸다.
그러자 3월, 등록금에 치인 대학생들이 서울·지방대학 할 것 없이 학내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 학생총회를 열었다. 천명도 모이고 이천 명도 모였다. 학생들은 모두 비표를 머리 위로 흔들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어느 학생회 임원들은 삭발을 했고, 또 어떤 학생회에선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럴 즈음이었다. 카이스트 대학에서 세 명의 학생이 세상을 등졌다. 꽃도 다 피기 전 일이었다. 그리고 6월, 경쟁과 징벌과 스트레스를 잊은 대학생들이 거짓말처럼 광장에 모였다.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학생 박종철은 떠났지만 '탁 치니 억(億)'하는 대학을 향해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비록 1987년의 대학생들은 역사책 속으로 사라졌지만 2011년의 대학생들은 다른 이유로,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광장을 나섰다. 광화문광장으로, 청계광장으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전국구로 열심히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6월 항쟁 24돌이었던 지난 10일에는 서울에서만 약 2만 명이 광장을 메웠다. 이는 지난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 한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옳은 말인가? 마치 동대문시장에서 "반값입니다. 반값!"하고 땡 처리 하는 것만 같다. 등록금이 백화점 여름 맞이 세일도 아니고, 초특가 에어컨도 아닌데 '반값'이라고 말하는 것이 영 껄끄럽다. 이렇게 가다가는 훗날 강의 수만큼만 등록금을 내고 듣고 싶은 과목을 경매로 부쳐 값을 매길 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면 이런 광경이다. 수강신청 전날, 강의실에 학생들이 모여 경매판을 든다. 강의 경매사는 호가를 외친다. "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만원? 좋습니다. 2만원? 네, 거기 학생 있고요. 3만원? 알겠습니다. 4만원? 더 없습니까?……. '돈과 대학' 강좌는 시간당 4만원에 낙찰됐습니다. 폐강된 '지성과 대학'은 이 강좌와 함께 1+1로 들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경매사가 낙찰봉을 탕탕 친다. 띵똥! 이건 유머다.
안타깝지만, 교육은 서비스다. 더 이상 공공의 재화(財貨)가 아니다. 지금 대학생이 태어날 때 쯤, 대학은 벌써 그리됐다. 대학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오늘날엔 적립금이 6600억 원에 이르는 곤란한 사립대학도 있다. 감사원은 등록금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이제야 대대적인 회계관리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감사 인력의 3분의 1수준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란다.
꼭 이렇게 떼로 모여야 하나씩 바뀐다. 그러므로 대학생은 더 교활하게 '반값'을 외쳐야 한다. 등록금이 돈인 건 알지만 흥정일 줄은 몰랐고, 기둥을 뽑아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꿈까지 팔아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쉬쉬했던 정부는 총대를 메고 '창고 大개방'에 힘쓰길 바란다. 교육적 고려도 없는 논의는 말장난 밖에 안 된다. 더불어 근거도 설득력도 없이 꿈을 심어주는 희망 고문자들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위정자들이 거저 주는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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