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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실천지성을 꿈꾼다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을 때, 학생회관 앞에서 등록금 반값요구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총학생회 임원들을 보았다. 앞으로 닥쳐올 기말고사 공부 생각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그 무렵, 이름만 알고 있던 같은 과 선배는 뇌출혈로 인해 큰 수술을 받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과 학생들 중 일부가 자원해서 시험기간인데도 아이스티를 팔면서 모금 운동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사회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 개인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의 시가 갑자기 떠올랐던 것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조금쯤 비켜서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현실과 맞부딪쳐 그 모순을 드러내고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다칠까봐 몸을 사리는 왜소한 모습……. 그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교육에 길들여져, 무기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사시겠습니까? 이유도 모른 채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물음이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무한 경쟁을 향해 달려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당장 나의 손익과 관계된 일에는 분개하면서도, 진정으로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양심은 갖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2010년 출간된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들이 한 달간 '빈곤 노동'의 현장에 '위장취업'하여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담보로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110원(월 25일 근무기준 82만2천원)이었으며, 201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320원(월 25일 근무기준 86만4천원)이라고 한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100만원이 좀 넘는 돈을 집으로 가져간다.

 

1970년대 전태일 열사는 열악한 공장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했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생존을 담보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노동력 착취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실제로 그들이 생산해내는 제품들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수의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어학공부와 스펙 쌓기 등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이 실천적 지성을 기르기 위한 장이 되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관문이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높은 학점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회 현실을 인식하고 사회 정의를 실천해나가는 지성인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대학사회를 꿈꿔본다.

 

/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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