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
집 우편함에 등록금 고지서가 배달되어 있던 날. 나는 차마 내 손으로 그것을 부모님께 갖다 드릴 수가 없었다. 이미 며칠 전 서울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언니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시며 한숨 지으시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깐 작은 개인회사에 취업했다가 대학에 입학한 나는 첫 학기 등록금과 용돈을 내 힘으로 해결했었다. 그리고 맞이한 여름방학. 2학기 등록금을 걱정하며 아르바이트를 자리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부모님께서는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 놓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을 받아 2학기 등록을 마쳤다.
언니와 나의 등록금이 많은 부담이 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받아든 고지서를 들고 확인한 숫자는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나와 부모님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 '앞으로 몇 학기나 더 이러한 책임을 지워드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얼마 전 TV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졸업과 동시에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들의 많은 사례를 보았다. 집에서 학원비와 용돈을 받아 토익을 공부하고 이런 저런 스펙을 쌓아가는 취업 준비생들은 눈칫밥을 먹고 취업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나마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당장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밤늦도록 이곳 저곳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형마트 냉동고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22살의 청년의 소식을 들었다.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시급이 높은 일을 하다가 당한 사고라고 했다. 식당 일을 하며 월100만원을 벌어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를 걱정하며 차가운 냉동고 바닥에 쓰러져 죽어갔을 그 친구를 생각하니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몇 달 전 처음으로 반값 등록금 얘기가 나왔을 무렵에는 금방이라도 실현이 될 듯 나라 전체가 뜨거웠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대표까지도 반값 등록금을 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조만간 이루어질 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 참석자들을 잡아가고,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움츠러들었다. 등록금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나는 가끔 인터넷을 통해 반값 등록금 정책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검색해 본다. 며칠 전 국회의 한 회의에서 여당과 야당이 등록금을 놓고 설전만 벌였다는 기사가 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도 한다. 내가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더 나은 내 미래와 꿈을 이루기 위해 당장의 취업 대신 힘들게 대학 입학을 선택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나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더 이상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부담을 느껴 목숨을 끊고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를 책임질 당당하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을 원한다면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등록금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 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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