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공장 전주에 '둥지'… 세계 10대 회사 도약 '발판'
1980∼1990년대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확고한 세계화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자동차업계는 북미·유럽·일본 등지의 10여개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고 이같은 움직임은 1980년대말부터 선진 메이커들의 상호간 기술 및 자본제휴나 현지공장 건설 확대 등을 통해 이미 가시화되고 있었다. 결국 2000년대 세계 자동차산업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여기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적자생존이라는 냉엄한 생존원칙의 희생물이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내부적으로 20여년간 이룩해 온 성장에 안주한 결과 정체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회사의 장기비전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 일각에서는 상하간 불신풍조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무사안일주의와 불만요소들이 표출되고, 개인과 집단별 이기주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른바 '대기업병'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또 각 부문에 걸쳐 불합리한 요소들이 산재함에 따라 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근로의욕이 반감되는 등 궁극적으로 기업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징후들도 표출되고 있었다.
이같은 현실인식 속에서 GT(Global Top)-10 운동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90년 2월 과장급으로 구성된 쥬니어보드(Junior Board) 정기회의에서였다.
중간관리층의 참신한 의견을 최고경영층의 정책결정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9년 11월에 처음 설치된 바 있는 쥬니어보드는 발족 당시부터 현대자동차의 장기 경영비전의 수립이 절실함을 인식, 일련의 검토작업을 거쳐 GT-10 구상을 내놓게 된 것이다.
당초 GT-10 구상은 'HF(Hyundai Future)-2000'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었으나 전 사원이 공감할 수 있는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1990년 2월 1일 열린 쥬니어보드 정기회의에서 GT-10 합리화운동으로, 다시 한달후 GT-10운동으로 변경돼 최종 확정됐다.
2000년대를 향한 현대자동차의 비전이자 경영혁신운동인 GT-10운동은 이렇게 1980년대말 국내외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태동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EC 통합을 필두로 한 세계경제의 지역주의화 움직임, 남북관계의 급진전 등 국내외 변화조류 속에서 세계 초일류기업, 즉 글로벌(Global)한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GT-10운동이었던 것이다.
GT-10운동은 2000년대까지 생산·매출·이익·기술·사원복지 등 경영 전 부문에서 세계 10대 기업으로 진입한다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가 처해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 판단에 근거한 장기 경영비전을 수립해 전사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전면적인 혁신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 GT-10운동의 근본취지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설립은 바로 이같은 GT-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세계 10대 자동차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계획을 수립하고 울산 115만대 공장에 이어 제 2, 제 3의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제2, 제 3의 공장을 신축함으로써 연산 2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 첫 단계로 진행된 것이 바로 상용차 전용공장인 전주공장의 신축이다.
현대자동차는 전주공장의 신축과 기존의 중대형 상용차 생산공장인 울산 5공장의 전주 이전을 위해 지난 1993년 10월 공장이전추진팀을 구성해 현지로 급파했다.
서재천 부장(현 전주지원실장)을 팀장으로 한 공장이전추진팀은 전주시 경원동 현대자동차서비스 전북지역본부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이때부터 공장이전 추진에 필요한 업무 등에 돌입했으며 3개월만인 1994년 1월 전주공장 신축을 위한 기초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1994년 1월 14일 완주군 봉동읍 용암리 소재 전주3공단에서 전주공장 기공식을 갖고 2000년대 세계 10대 자동차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이날 기공식에는 정세영 회장을 비롯해 김수철 상공자원부 장관, 국회의원, 지역유지 등 30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해 낙후된 전북경제를 견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주공장 신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기공식과 함께 현대자동차는 총 3000억원을 투입해 1995년말까지 2년여에 걸쳐 20여만평의 부지 위에 프레스, 차체, 의장, 도장공장 등 21만5800㎡(연건평 6만5000평) 규모, 연산 10만대 능력의 각종 중대형 트럭과 버스, 특장차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상용차 전용공장을 건설하는 대역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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