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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분석 유감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지난 4월 23일부터 제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들은 지난 4·11선거의 결과를 갖고 연말 대선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4·11선거의 결과를 '황금 분할'로 표현하고 있는데, 오는 대통령선거는 어떤 결과가 되어야 황금 분할인가? 대다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선거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와 같은 유권자의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4천만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서로 조율해서 의도대로 황금 분할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선거결과는 유권자 모두의 뜻을 합산한 결과일 뿐이다.

 

둘째, 특정 정당이 승리하고 다른 특정 정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들이 선거 후 많아졌는데, 오는 대통령선거 결과도 그렇게 잘 알 수 있는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지나간 일을 끼워 맞추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패배할 줄 그렇게 잘 알았더라면 왜 선거 전 미리 분명히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패배한 정당의 지도부는 반문할 것이다.

 

선거 전 명확히 언급되지 않던 요인들이 선거 후에는 승리 요인 아니면 패인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잘못된 원인 분석이 많다. 사후 합리화뿐 아니라 틀린 선거 전망도 있었다. 특정 지역을 야도(野道)로 단정한 주장이나 엄청난 비용으로 실시된 설문조사가 그러한 예이다. 모두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셋째, 선거 후 유권자 표심을 '홍동황서(紅東黃西)'의 컬러지도로 나타내고 있는데, 대통령선거에서도 동쪽은 붉은 색이고 서쪽은 노란 색일까?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그러한 지도가 유용하다. 왜냐하면 특정 지역에서 이긴 후보가 그 지역의 선거인단을 다 갖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우리 대통령선거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60%와 40%의 득표율을 얻는다면 그 비율대로 표도 나눠가진다. 4·11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강원과 울산에서 100% 의석을 가져갔지만 정당득표율은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에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의석을 ⅓만 차지했지만 정당득표율은 절반에 가까웠다. 따라서 4·11선거로 대통령선거를 전망할 때의 지도는 강원, 울산, 서울 모두 붉은색이 반 정도만 들어가서 동쪽과 서쪽 간의 색깔 차이가 크지 않다.

 

언론에서 계속 홍동황서의 지도로 보도하면, 자칫 지역유권자들에게 그 색깔대로 투표하게 유도할 수 있다. 그 지도를 보는 유권자들은 더 이상 지역색으로 투표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대신에 남들이 지역색으로 투표하니 자신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4월 선거의 결과가 12월의 선거까지 그대로 가지는 않는다. 한국 정치에서 8개월이면 지지도 등락이 수차례 반복될 수 있는 긴 기간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정당들은 '정주(定住)'형이며, 주요 정당 후보가 아닌 무당파 후보가 당선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 정당의 흥망성쇠 주기는 매우 짧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자유선진당은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정당은 들뢰즈가 말한 탈근대적 '유목(遊牧)' 개념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정주형과 반대되는 유목형이다. '떴다방'이나 '천막 정당' 식으로 창당되고 운영되며 해체된다. 천막 당사가 지지도 증가에 도움 되는 정치문화이다. 안철수 바람으로 보듯이 기성 정당과 관계없는 후보가 당선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성 정당은 바람 부는 초원의 천막에 불과해서 누구나 천막을 치고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메시아와 뜨내기사기꾼 모두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들은 좌우 스펙트럼 대신에 선악 스펙트럼을 갖고 나타난다. 기성 정치인은 자기 물을 퍼내거나 자기 불을 피우기 위해, 그 바람을 마중물이나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하기도 한다. 펌프가 새거나 펌프질이 약하면 마중물이 있다고 해도 큰 물을 퍼낼 수 없고, 태울 연료가 많지 않으면 쏘시개가 있다고 해서 큰 불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대선에서 반칙이 난무하지 않는 높은 수준의 경쟁이 되려면 언론의 수준 높은 관전평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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