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 교수·부총장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은 농어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농어촌 지역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되어 왔다.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학교가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적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학교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학교의 유지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체육활동, 합창이나 합주와 같은 음악활동, 학예회와 같은 교육활동은 어느 정도 수의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지적인 교과활동의 경우에도 또래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들이 적지 않으며, 도덕성이나 사회성의 발달도 친구들끼리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는 점을 찬성의 논거로 내세운다. 교육여건도 규모의 경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통폐합 이전보다 좋아질 뿐만 아니라, 교원들도 일정 수 이상 유지되어 누가 가고 누가 오느냐, 즉 교원인사에 의하여 학교의 교육활동이 급격하게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소규모학교 통폐합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일정 수의 학생과 학급을 기준으로 그것에 미달하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이 그것에 대한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그렇게 바람직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산어촌에서 학교는 단지 아이들을 교육하는 장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학교는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매개로 서로 간에 관심사를 교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교는 지역주민 체육대회, 각종 행사 등이 열리는 지역사회의 활동의 중심지이다. 학교가 폐지되어 예컨대, 읍·면단위에 학교가 없게 되면 지역주민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걸어서 다니다가 먼 곳을 통학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도 생길 수도 있다. 비록 이번 입법예고에서 "거리·교통이 통학 상 극히 불편한 지역의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따로 정할 수 있다"고 하여 해당 교육청별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조항은 도서벽지 지역과 같은 아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딜레마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중앙정부보다는 시·도교육청이 지금과 같이 지역적 여건을 반영한 자율성을 가지고 그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이렇게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 추진에서 학교급별로 지역의 특성을 크게 고려함으로써 이 정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순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지 간에 성공하려면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집단으로 하여금 그 정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정책의 효과에 관하여 믿음을 가지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을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의 관점에서 법령으로 획일적 기준을 정하기 보다는 교육청으로 하여금 학교급별·지역적 특성을 크게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게 적절하다. 그게 농산어촌과 그 지역의 교육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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