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희 어린이재단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장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 엄마가 된 것처럼 목놓아 울면서, 내가 저 엄마라면 당연히 내가 키울거야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부모가 헤어지면 아이를 서로 키우겠다며 양육권 다툼을 벌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을 키우지 않으려 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을 시골의 조부모에게 보내거나 시설, 그룹홈, 가정위탁에 맡기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보호자가 없거나, 학대하거나, 부적절하게 양육하는 상황에 처한 아동을 요보호아동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2011년 발생한 신규 요보호아동수는 7,483명이었으며, 그중 전북도는 366명이다.
요보호아동의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는 미혼모에 의한 출생이 많기는 하나 전북 지역의 경우는 부모의 이혼(29%), 학대(18%)에 의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아이들은 960명이다. 이들 중의 60%는 부모의 이혼과 별거로 인해 가정위탁에 의뢰된 경우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 빈곤과 맞물려 있고, 이 때문에 이들이 겪는 경제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동기에 있어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잘 발달시켜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애착이다. 애착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빈곤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그 가족은 애착을 발달시키기에 과연 어떠한가?
애착심리학의 유명한 학자 존보울비(John Bowlby)는 인간에게 있어 애착발달이 본능이라고 하였다.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은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믿고 세상 밖으로 잘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세상을 불신의 눈으로 보게 되고 그러면서 부적응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애착형성의 중요한 시기로 만 3세 이전을 지적하고 있다.
요보호아동들의 경우 애착형성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부모의 이혼과 별거, 그리고 경제적 빈곤이라는 환경에 처해지면서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이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기를 맞이하는 과정들이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해 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부적응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보호아동들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부모'다. 아이들에게 실제로 부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특히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면서도 엄마, 아빠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렵고 힘이 들어도 조금만 인내하고 아이들을 위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그리고 그 부모가 제대로 부모노릇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준다면 요보호아동들의 문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이혼과 별거로 그 부모의 갈등이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부모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선심성 정책들이 아닌 부모와 가족을 지키는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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