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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 등을 좋아한다

이의

   
 
 

길에서 아이를 보면 한 번쯤 눈길을 주게 된다. 더구나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업힌 아기를 볼 수 없다. 우린 조상대대로 아기를 업어 길렀는데, 요즘에는 캥거루 모양 가슴에다 아기를 안고 다닌다.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기의 심장이 밀착해 있으니 모자간의 애착은 더욱 짙어지리라. 보기에도 업은 것보다 안고 가는 게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인다.

 

아빠들도 외출할 때면 아무 거리낌 없이 아기를 안고 다닌다. 세월의 변화려니 싶어 별 거부감이 없다. 그러다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 요즘 육아법을 접하게 되었다. 아기가 울었다 하면 어깨에 멜빵을 걸어 안으니 아기는 쉬 달래지는 듯싶은데 엄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게 놀라웠다. 깊은 잠을 안자는 아기면 언제 집안일을 할 것인가! 어쩐지, 애기 하나 데리고 힘들다며 만만한 친정 엄마를 출퇴근 시킨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아기를 업어야 하는 이유'를 읽고 잘못 가고 있는 육아법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의보감 육아법에 "아이에게 70~80세 할머니가 입던 헌 잠방이나 헌 웃옷을 고쳐 적삼을 만들어 입히면 진기를 길러 오래 살 수 있다."고 적혀있다. 아이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이불을 걷어차고 잔다. 온몸이 불덩어리에 가깝기 때문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렇게 양기덩어리인 아기들은 당연히 음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기들이 음기의 결정체인 할머니의 품을 좋아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기를 업어 길러야 하는 이치도 같은 맥락이다. 심장은 뜨겁다. 그런데 아기를 안으면 아기의 심장과 엄마의 심장이 마주한다. 아기의 심장은 더 열이 오를 것이고 엄마의 심장도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아기도 불편하고 기의 순환이 여의치 않아 엄마의 허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등은 물을 주관하는 신장과 방광으로 이어지는 경맥이 지나가 시원하다고 한다. 그래 등에 업히면 심장뿐 아니라 몸의 양기가 안정된다. 또한 안고 있는 것보다 등에 업히면 시야가 넓어진다. 아기는 지나가는 사람, 움직이는 자동차, 다양한 색채를 통해 흥미진진한 세상을 공부하며 즐긴다. 또한 아기들이 업히는 걸 좋아하는 건 엄마 뱃속에서의 자세와 닮아서 아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고 바라다보면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져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고, 편견 속에 아이의 인생을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망상에 고리가 엮어질 수도 있다. 이 고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엄마와 아기는 엄연한 독립체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아기를 업으면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 등에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엄마는 책을 읽을 수도,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렇게 아기와 엄마는 삶을 이어가며 서로의 배경이 되고 윤활유로서 서로 보탬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야 되리라! 엄마의 등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훈련장이자 안식처가 될 것이다.

 

※ 수필가 이의씨는 대한문학으로 등단. 수필집'여자나이 마흔 둘 마흔 셋'을 냈다. 행촌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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