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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그 극단적인 선택은 피하자

▲ 박 석 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절망적인 비명이 자주 들린다. 그제는 누가 자살하였고, 어제는 또 누가 자살하고, 오늘도 역시 누가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상이 슬퍼지고 있다. 어찌하여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빈번해지면서 마음을 이렇게 무겁게 해주는지 모를 일이다. 나라가 망해서 비탄에 빠진 애국지사들이 자결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의 침략을 받아 망해가는 나라가 서러워서 애국심으로 죽어가는 지사들도 아닌 마당에, 삶이 팍팍하고, 앞길이 열리지 않는 것을 한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압제와 탄압에 시달리고, 최악의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래도 정권이라도 바뀌면 일루의 희망이라도 보이지 않겠느냐면서, 참고 참아 왔지만, 정권교체가 실패로 돌아가고 현 정권이 연장된다는 절망감에서 끝내 목숨을 끊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죽음, 우선 그분들의 자결에 삼가 명복을 빌고 빈다. 마찬가지로 시민운동 지도자의 죽음에도 삼가 애도의 뜻을 밝히며 그분의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얼마나 기가 막히고 가슴이 쓰리며 속이 탔다면, 하나밖에 없는 그 귀한 생명을 끊어서까지 자신의 한을 풀고자 했다는 것인가.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쓰리다.

 

MB정권의 노동정책에 환멸을 느끼고 실의에 빠졌던 그 많은 노동자, 더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야 정리해고라는 명분으로 파리 목숨보다도 더 가볍게 직장을 잃고 생계 걱정으로 신음하고 고생을 했는데, 정권의 연장으로 희망을 엿볼 기력마저 없어졌으니 그들이 무슨 힘으로 버틸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일도 결코 좌시할 일만은 아니다. 하나뿐인 생명, 하늘이 주신 목숨을 어떻게 감히 자살이라는 수단으로 죽음을 택한단 말인가.

 

잘못된 노동정책에 대한 원한, 대기업에 대한 증오, 노동운동에 대한 작위적인 방해와 노동조합에 대한 의도적인 분열 등, 절망과 좌절의 고통을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한다고 해도, 죽음을 택한 것만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 국민 대화합을 이룩하겠노라던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살아있고,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말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간이니, 조금은 참으면서 희망과 꿈에 기대를 걸어라도 봐야지 그냥 포기해버리고 극단적인 행위로 삶을 마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고 죽어간 그들에게 무엇을 탓하며, 그들의 비통한 죽음에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겠는가. 이제 더 이상의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큰 책무를 맡은 사람은 대통령 당선인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

 

분쟁이 종식되지 않았거나, 노동자와 대치하고 있는 대기업의 현장을 파악하여, 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이 죽음을 택하지 않고 희망과 꿈을 품을 수 있는 노동정책의 변화를 예고해주어야만 한다. 해고노동자들의 원대복귀나 비정규직의 근본적 대책 등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자살의 충동에서 벗어날 조치를 해줘야 한다. 불이 나면 우선 불을 끄는 일이 소방관들의 임무가 아닌가. 국가의 통치를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대통령 당선인이라면, 취할 수 있는 온갖 조치를 동원하여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 5년 동안 해야 할 통치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훌륭한 계획을 세우는 일의 전초전이 바로 이 문제에 있다. 자살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노동자들에게, 그런 충동에서 벗어날 특단의 조치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바로 미래 5년을 내다보는 시금석이 아닐 수 없다. 정권이 바뀌지 않은데 대한 실망을 꼭 변화가 오리라는 희망으로 돌려주는 일이 바로 당선인이 해야 할 초미의 급선무다.

 

정권이란 유한한 것이지만 인간의 생명이 우주의 영원한 중심적인 가치임을 증명해주기 위하여 유한한 정권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사람이 통치자다. 통치자라면 우선 노동자들이 더는 죽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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