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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채마밭과 늙은이

▲ 최 동 호

 

시인, 고려대 교수

치열한 선거전 끝에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었다. 최근 한국의 모든 관심은 당선인의 인사에 모아져 있다. 당선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적정한 인물을 발탁하여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인수위원회나 일부 인선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도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인사에 대해 사퇴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의 실수나 잘못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당선인은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인사가 그렇게 진행될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공자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제자 번지가 공자에게 농사일과 채소 기르는 일에 대해 물었다. '나는 농사일에는 늙은 농부만 못하고 채소 기르는 일에는 채마밭 늙은 농부만 못하다.' 공자의 답이었다. 공자는 그뿐만 아니라 제례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묻고 법도를 찾아서 처리했다. 공자가 농사일에 간섭하거나 이를 아는 체하고 처리했다면 공자가 아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데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활동이 밑받침이 되었다. 사회 곳곳에 훌륭한 전문가가 많이 배출되었고 그분들이 각 분야를 선도해 오늘날 눈부신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과거 전문가가 없거나 부족해서 국가적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며 기술대국이다. 이제는 전문가 중에서 어떤 사람을 등용하느냐가 문제다. 어느 한편에 선 극단의 인물만을 등용한다면 다른 쪽 인재는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일방통행을 한 만큼 국가 발전도 늦춰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여준 코드인사에 따른 편 가르기,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극단적인 소통 부재 현상은 모두 인재의 등용에 있어서 한편에 치우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선 탕평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극복하고 대통합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화합과 탕평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선조를 망친 것은 사색당쟁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1724년 복잡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등극한 영조는 노론과 소론의 극심한 대립을 치유하기 위해 탕평책을 시행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아들이자 세자였던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변을 치르게 된다. 당쟁을 주도하는 정치세력들의 대립과 갈등으로 야기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대파를 극단으로 몰아가는 성향을 지닌 것이 정치세력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대화합이나 탕평의 정치란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하기 힘든 과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가 탕평의 정치이며 중도정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의 편 가르기에 앞장선 인사가 아니라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중용하는 탕평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러나 아무나 실현하기 힘든 일이다. 초야에 묻혀 있는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유비가 세 번이나 그 초옥을 방문하여 함께 일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음미하고 되새겨 볼 만한 이야기다. 유비가 천하 삼분계를 이룬 저력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한 데 있었다. 대선 후 갑자기 몰려드는 인사들의 경우 대개 출세의 발판으로 요직을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지 정말로 국가에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권력을 좇아가는 철새들의 무리가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도처에서 국가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인재의 발굴과 등용이 새 정부의 가장 화급한 과제이다. 농사일은 늙은 농부에게 물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지나간 옛말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그리고 조만간 들어설 정부의 새 지도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금언이다. 5년 후 탕평의 정치에 실패한 불행한 정치 지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국가발전에 기여한 명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탕평의 인사정책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면교사로서 지난 정부의 실패를 거울 삼아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기대하는 국민적 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 최 교수는 목월 문학상, 소월 문학상, 이상 시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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