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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과 아토피, 그리고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사상체질 따라 아토피 치료법 달라

체질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도 흔한 용어가 되었다. 원래 체질의 개념은 서양의학의 원류에도 있었다. 그러나 서양문명은 물질적인 세계관이 너무도 확고히 자리잡아가면서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인체를 파악해 가는 과정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반면 동양의학은 특유의 거시적 세계관과 우주와 인간의 통합적 관계에 대한 고찰이 강조되어 오다가 비교적 근대에 이르러 우주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측면이 강조되면서 개별적인 인체의 내재적 요인이 질병의 발생과 치료에 중요한 인자가 됨을 파악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학문적 움직임이 사변적 단계를 벗어나 생리학적으로 병리학적으로 또 약물학적으로 체질에 대한 임상의학적인 단계까지 단번에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조선 후기에 실학 지향적 유학자이자 의학자로 유명한 이제마 선생이 확립시킨 '사상의학'이다. 이제마 선생은 그의 의학 저서인 〈동의수세보원〉을 통해 생리학, 병리학, 약물학을 망라하여 인간이 서로 다른 체질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체질이 네 가지로 나누어짐을 설명하고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의 개념과 아토피라는 질환과의 연관성은 실제로 상당히 깊다. 물론 '아토피체질'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토피체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토피의 소인을 갖고 있는 몸'을 말하는 것으로서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이 아니다. 사상의학적으로 네 가지의 체질(태음인,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 모두 아토피는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질환을 발현하게 되는 과정이 네 가지 체질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태음인은 항상 가지고 있는 간의 열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소양인은 위의 열이 문제가 된다.

 

각 체질이 가지고 있는 강한 대사경향과 약한 대사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병이 형성되어간다. 똑같이 좋지 않은 음식과 좋지 않은 약물로 인해 아토피가 발생하더라도 그 병이 만들어져 가는 기전이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치료에 있어서도 이러한 체질적 경향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아토피의 치료에 있어 환자의 체질이 사상의학의 네 가지 체질 중 어떤 체질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이는 아토피뿐만 아니라 그 어떤 난치병에도 마찬가지이다. 태음인 아토피는 과잉 축적된 간의 열을 바로잡고 폐의 기능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며 소양인은 역시 과잉 발현되고 있는 위의 열을 내려주고 부족한 신장의 기능을 보강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소음인은 부족한 비장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과잉된 신장의 기능을 풀어주며 태양인은 부족한 간의 기운을 도와주며 과잉 발현되는 폐의 기능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 치료의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체질도 아토피는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치료에 있어서 체질에 따라 그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체질을 알고 이에 맞게 생활습관과 식이를 조절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국 고유의 사상의학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토피와 같은 난치병의 치료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은 실로 다행이라 하겠다.

 

우리 고유의 의학으로 우리 민족의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너무도 서구화된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한국 고유의 문화와 문명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지 않은가. 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난치질환인 아토피에 우리의 전통 고유의 음식이 도움이 되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의 문화와 유산이 실제적인 삶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바로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서울여성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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