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도 순탄치 못하다. 여야가 1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통과가 불투명하다. 인사청문회 등이 순항해도 25일 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진용을 갖춘 새 정부가 출범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1차적 책임이야 박 당선자 측에 있지만, 국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정부조직법의 경우 여야간 열심히 대화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양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회에서 타협이 실종되면, 국회의 존재 이유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여야는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하루빨리 정부조직법을 처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는데 더 이상 국회가 발목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바란다.
물론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부조직법 등은 국가정책을 가늠할 매우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수이다. 하지만,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급변과 추락하는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국민들 보기에 매우 소모적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조직 개편보다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수립할 것인지를 더 원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지수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다. 특히 지난 12일 북한이 감행한 핵실험은 과거 1·2차 때와는 사뭇 다르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를 무시하고 감행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 위기를 불러올 게 확실하다. 지난해 말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히로시마 원폭의 절반 정도 폭발력을 지닌 핵실험을 이번에 성공했다는 것은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원자탄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다. 북한은 '수세적 억지 수단'으로서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공세적 핵 능력' 추구에 있다는 것을 노골화한 것이다. 미국은 대한반도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정세는 말 그대로 안개속이다. 지난해 남북을 비롯해 미·중·러·일 모두 권력의 교체시기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기존 권력이 유지됐지만, 중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색깔로 교체됐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극한 갈등이 형성돼 있다. 명분만 생기면, 언제라도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복잡한 동북아의 권력변화는 언제 어느 때 우리 앞에서 높은 파고의 쓰나미로 닥칠지 모른다. 첩첩산중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자행하면서 그야말로 동북아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안보뿐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경제는 회복의 훈풍이 돌고 있는데, 국내 경제만 뒷걸음질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대에 머물 전망이고, 고용지표도 악화일로다. 가계부채는 1,000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서민과 중산층은 하우스푸어에 시름하고 있다. 올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작년보다 10만개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구호에 맞지 않게 허둥대는 박 당선자에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야당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견제하는 것도 마땅한 책무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호는 안팎으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초당적 협조체제가 절실하다. 야당도 국정의 책임있는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기여를 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국정 파트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우리 국민은 민주통합당을 믿고 수권정당으로 키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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