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회화 전공 선후배 뭉쳐 전주 동문거리 자리잡고 작업 / 동문예술거리 페스타 테이핑 용머리 고개 '용 벽화' 큰 호응
“지역에서 공공미술로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물론 ‘재미있는 일’이 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비주얼 컬처 스튜디오(Visual Culture Studio, 시각 문화 작업실)를 내건 세 남자를 묶는 말은 ‘캔즈(CAVZ)’다. 김준우(37)·이권중(33)·최창우(31) 씨가 뭉친 캔즈는 벽이나 인도 등에 디자인적 요소를 추가해 ‘문화가 있는 공공시설’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최근 작품은 지난해 11월 7~14일 전주 용머리고개에 그린 용 그림이다. 구불구불 길게 늘어진 용의 몸과 꼬리 사이로 옛 생활 모습을 그려넣었다.
이권중 씨는 “용머리고개 벽화는 사전에 주민과 여러 차례 대화를 하는 협의과정이 만족스러웠다”며 “그전에는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견적에 맞추는 일을 주로 했는데 사전조사를 하면서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창우 씨는 “벽화를 그리는 동안 지나던 주민들이 ‘용머리가 크네’ ‘눈이 작네’ 하면서 훈수도 뒀지만 완성되고 나서 만족을 표시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는 말을 전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표작은 8월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전주‘동문예술거리 페스타’의 거리 예술 작업이다. 형광 테이프로 동문거리 일대에 각종 문양과 도로·건물의 모습을 압축해 표현했다. 페스타가 개막하기 전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일대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은 노동 그 자체였다. 이들은 하루 수 백번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허벅지에 멍이 들기도 했다.
이 씨는 “테이프는 그동안 전시장 안에서 공간의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도구였다”면서 “동문거리 페스타의 축제성을 강조하기 위해 써 봤는데 시작과 동시에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도로에 페인트를 칠하려고 했지만 도로법상 문제로 테이프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실외에서 이미지 작업을 하면 이벤트성으로는 좋지만 지저분해지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들 얼마나 가냐고 물었는데 축제가 끝나고도 3개월 동안 남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주업은 공공미술이다. 김준우 씨는 공공미술에 대해 “퍼블릭 아트(public art)는 지난 1960년대 미국에서 정부가 예술가에게 투자하는 제도에서 시작했다”며 “건축물의 예산 1%를 조형물 조성에 쓰도록 한데 이어 미술이 전시장 밖으로 나와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공동체 미술)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미술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김 씨는 “주민, 예술가, 방문객이 바라보는 지점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관건이다”며 “결국에는 거기에 누가 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작가의 취향에 치우치면 대중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반대의 경우 자칫하면 어디나 있을 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초 캐릭터 개발을 위해 뭉쳤다. 김 씨와 이 씨는 서양화를, 최 씨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주력 분야는 각각 공공미술, 웹툰, 디자인으로 모두 다르다.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맡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세 남자가 만난 때는 지난 2012년이다. 미술을 전공한 선·후배끼리의 피서에서 조우했다. 이 인연으로 김 씨와 최씨가 먼저 의기투합했다. 2012년 8월 전주대에서 벤처 창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이 씨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접고 웹툰을 그리기 위한 작업실을 찾으며 합류해 현재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들은 동문거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그동안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밤김 드로잉 조심’, 무주 반딧불시장의 벽화, 완주 ‘나는 난로다’축제의 공간 꾸미기 등을 했다.
이 씨는 “직장생활에 안주하는 것보다 내가 배우고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낙향했다”면서 “지역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까를 고민하다 셋이 공통으로 회화를 전공한 점을 살려 드로잉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공동작업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평소 친밀한 사이처럼 보이는 이들도 자주 싸운다. 하지만 잘 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의견 차이가 많지만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조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역의 고민을 담은 작품 활동을 지향한다. 동네 이장이 꿈인 김 씨는 “당초 목표인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 당면 과제 등에 귀결한다”며 “지역에 살고 있는 만큼 주민과 연계한 공공미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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