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언니와 어릴 때부터 배워 / 친정·시댁 모두 국악인 집안 / 맑은 음 장점 창극 주연 활약 / 올해 겨울 수궁가 완창 목표
▲ 서진희 씨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예전에는 창작극에 관심이 높았는데 갈수록 판소리 본연의 소리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판소리에서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모두 내고 싶습니다.”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의 서진희 수석단원(31)은 지난 2010년 국립국악원의 소리극 ‘황진이’의 주연으로 뽑히면서 조명을 받았다. 당시 분원의 직원이 본원의 오디션에 합격한 일이 화제가 됐다.
그는 “27살 때 성숙한 연기를 하려고 도전했는데 고등학교 때 중점적으로 배운 경기민요와 서도민요를 중심으로 면접을 치르고 섭외될 수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지난 2007년 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입사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황진이 이후에도 춘향, 심청 등으로 활약했다.
소리꾼 특유의 걸걸함보다는 맑은 음감의 목소리를 가진 그는 소리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는 “창작극이나 창극을 할 때는 음정을 잘 맞추고 발음이 정확하다는 점이 장점이다”면서도 “굵직하면서도 애처로움이 묻어나는 다양한 음색을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구·김영자 명창 부부의 며느리이기도 한 그는 결혼 뒤 시어머니로부터 수궁가를 배우고 있다.
“시어머님은 힘이 있는 소리로 제가 가장 약한 부분이 강점이세요. 처음 소리를 배울 때처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결혼한 그는 남편 김도현 씨(33)와도 민속국악원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최근 무대에 올린 창극 ‘춘향’의 공연 때는 부부가 두 주인공을 맡아 영광스러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서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소리를 시작했다. 가야금 병창을 했던 어머니 김정순 씨(63)가 결혼 뒤 딸 셋을 데리고 전북도립국악원에 수강생으로 출입했던 일이 시초가 됐다.
“큰 언니는 판소리방으로, 작은 언니는 가야금방으로 넣었는데 저는 그 때 5살이라 너무 어려 어머니가 저까지 가르칠 생각은 없으셨데요. 근데 제가 졸라 도립국악원에서 이일주 선생님께 처음으로 소리를 배웠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 들려오는 판소리 테이프를 달달 외우고 다녔다는 그는 이후 조소녀, 송순섭, 안숙선 명창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전국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 버금상,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중등부 종합대상,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차상을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이후 국립국악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지난 2004년 국립국악원 주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는 성악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소리를 익히는 게 재미있었고 선생님들도 질책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해 굉장히 잘 하는 줄 알았다”면서도 “서울의 국립국악고에 입학했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유명한 또래가 즐비해 그곳에서 인정받겠다는 욕심에 치열하게 연습했었다”고 회상했다.
어릴 적 함께 도립국악원을 다닌 그의 두 언니도 현재 국악인이다. 큰 언니 서춘영 씨는 전통문화고에서 판소리 교사를, 작은 언니 서은영 씨는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딸 셋을 모두 국악인으로 키운 것은 어머니의 열의와 노력이었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는 이어 “딸들이 장한 어머니상을 줘야 할 정도로 평생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셨다”며 “지금도 열정이 넘쳐 공연 때는 관중도 동원하고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악인 집안에서 국악인의 삶은 일종의 부채이며, 부담도 수반한다.
그는 “항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평소 생활도 벗어남이 없어야 하고 공연이 크든 작든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은 있다”며 “중요한 무대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경험을 하고 나서는 소질이 없다는 자책감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소리에 자연스럽게 희로애락을 담는 소리꾼이다.
그는 “억지가 아닌 몸의 기운으로 맑고 청아한 소리부터 폭포가 쏟아질 듯한 엄성, 애처로운 성음 등 우리네 삶과 같은 소리를 모두 표현하고 싶다”며 “오는 11과 12월 수궁가 완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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