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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예술가-한복디자이너 황이슬씨 "일상에서 살아있는 생활한복 만들죠"

만화 인물 옷 제작하면서 시작 / 마진·공정 줄여 대중화 추구 / 마·면·합성섬유로 세탁 쉬워 / 정체성 고민…자체 브랜드도

▲ 황이슬씨가 전주 경기전 돌담길에서 직접 디자인한 린넨셔츠와 연두색 인견치마를 입고 활짝 웃고 있다.

“한복도 입지 않으면 죽습니다. 장롱이나 박물관에 박제된 채 있기보다 사랑하면서 자꾸 입어야 합니다. 젊은 층이 원하면 언제든 구매할 수 있고 자기 개성을 표현하도록 대중화하는 게 제 사명입니다.”

 

한복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20대에게 문턱을 낮추고 있는 한복디자이너 황이슬 씨(27). 그는 ‘한복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유쾌 발랄한 꿈의 주인공이다. 현재는 한복의 판로와 소통 공간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전주시 덕진구 동부대로에 있는 한복 매장에서 초긍정적인 사고와 쾌활한 미소가 돋보인 황 씨를 만났다.

 

주변에서는 그를 희한하거나 ‘황이슬스럽다’고 평한다. 그는 “진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행동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드는 한복은 일상에서 살아있는 생활복이다. 현대적인 무늬와 함께 마, 면이나 합성섬유 등으로 만들어 세탁기에 빨 수도 있다. 소재 대부분을 서울 동대문에서 구해 오고 마진과 공정을 줄여 대중화를 꾀한다. 목적에 맞고 과소비하지 않아야 최고의 옷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정이나 저고리의 매무새, 치마의 주름 등은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흐름을 곁들인다. 패션 트렌드를 연구하고 레이스, 시스루가 유행하면 이를 접목한다.

 

“제 한복은 획기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용도에 맞게 이전에 없던 걸 만들어 틀을 깼습니다. 한복도 현대 문물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실생활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게 하려면 결국은 일상적인 옷과 많이 닮아야 합니다.”

▲ 지난 8일 황씨가 서울 홍대 인근에서 일상 한복을 입고 길거리 행진에 동참한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창업 뒤 8년간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겪은 우여곡절과 비법이 담긴 책 <나는 한복입고 홍대 간다> 를 지난 4일 출간한 뒤 더욱 바빠졌다. 출간을 기념해 지난 8일 서울 홍대 주변에서 길거리 한복패션쇼도 했다. 패션쇼에 쓰인 한 무더기의 옷을 세탁하는데 지친 기색이었지만 한복 이야기만 나오면 금세 생기가 돌았다.

 

“저는 한복에 안달이 난 사람입니다. 사업가든 한복디자이너든 어느 편에 속해도 상관 없습니다. 한복 장사를 하지만 그 안에 가치와 생각을 담아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하고, 잘 되는 일을 하니 금상첨화죠.”

 

전북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그는 만화 ‘궁’을 보고 한복에 푹 빠졌다. 만화 속 인물의 의상을 만들고 중고로 판매하면서 20살 때부터 한복디자인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학 때부터 개강, 종강, 발표, 명절 등의 구실을 삼아 자신이 만든 한복을 착용했다. 한복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처음 1~2년은 연매출 20만 원이었고 많이 벌어야 100만 원이었다. 3년이 지난 뒤에야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됐고 지금은 건물과 함께 매장도 마련했다.

 

“디자인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 재미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이번에 잘 안 되면 다음에 더 잘하고 하고 싶은 목표를 이루지 못 할 것 같으면 조금씩 양보해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듭니다.”

 

그는 “돈이 적으면 모델 수를 줄이고 무대가 아닌 길거리에서 패션쇼를 한다”며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가가 관건이었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한복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커플룩, 린넨 치마, 쉬폰 드레스 등 개조와 변형을 하지만 그 한계를 고심합니다. 그래서 만드는 옷마다 한복의 기본 요소를 어떻게 적용했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황 씨는 한복의 특별함 대신 일상성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기성복의 크기로 분류해 제작합니다. 앞으로 일반 상점에서도 일상적인 한복을 살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의상이 아니라 하나의 멋있는 패션 스타일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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