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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예술가-사진가 장근범씨] 시대상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 즐겨

전주 동문거리 기록 몰두 / 국내외서 예술교육 활발 / 저소득층 가족사진 선물 / 이야기가 있는 사진 소망

▲ 장근범씨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처럼 피사체를 멀리서, 중간에서, 더 근접해서 카메라의 렌즈로 들이대면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화각 등의 테두리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합니다.”

 

지난 25일 저녁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에 있는 장근범 사진가(35)의 작업실에서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연계한 대학생 대상 교육프로그램으로 ‘사진 찍는 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교육에 열중인 그의 이력에는 새만금과 전주 동문거리의 변화를 기록한 작업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지난해 6월 ‘동문사진전 시나브로’에서는 경관 조성사업으로 바뀐 동문 상가의 모습을 담았다. 사람과 공간에 대한 기억이 자꾸 지워지는 게 아쉬워 그 거리에 있는 모든 건물을 기록한 결과다.

 

2000년대 후반에는 새만금연구회를 통해 개발붐이 일어난 새만금 일대의 풍경을 조망했다.

 

그는 “사진은 이미지가 아닌 기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탐미((耽美)보다는 실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담긴 다큐멘터리 작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5년간 도내와 해외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프로그램과 연계해 익산 공공영상미디어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베트남 북부 산간지역에 위치한 라오카이성에서 소수민족 학생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을 했다.

 

그는 “한국은 각종 문화예술교육사업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지만 베트남은 초기 단계여서인지 반응이 빠르고 다채롭다”며 “마지막 수업 때는 교실이 울음바다가 되고, 아이들이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들려주었다.

 

그가 교육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물대포였다. 지난 정부 때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에서 공권력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맞닥뜨린 뒤 교육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거창한 포부로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프로젝트로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의 하나인 ‘희망사진관’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촬영·선물하는 사업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로 어떻게 서로를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각자 다른 방식이 있는 만큼 사진 찍히는 사람간의 관계를 최대한 끌어내려 합니다.”

 

그는 유년기부터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본인 소유의 카메라를 마련한 것도 대학교 2학년 때다. 재수 시절 우연히 사진첩을 보다 사진을 찍었을 당시의 두근거림이 생각나 작은 아버지 집에서 카메라를 빌려 출사를 다녔다. 교수진에 반해 백제예술대학 사진과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의 적극적 반대가 따랐다. 밥과 인화지 사이에서 무엇을 사야 할 지 고민하던 시절도 보냈다. 자신만의 로모 필름 카메라를 장만하고 나서야 자신감이 생겼다. 낮에 실컷 사진을 찍고 밤에 암실에서 혼자만의 세상을 즐겼다.

 

“친구 숙제를 해주고 인화지를 빌리기도 했었지만 그때는 과제 고민이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그는 동문거리에서 나고 자란 동네 토박이다. 이런 까닭에 수십 년간 배고픈 예술가들을 지켜본 부모님은 사진 찍으며 살겠다는 아들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 한 쪽에 작업실이 둥지를 틀었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부모님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오는 30일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 교육사업을 위해 다시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그는 연말 가족 사진을 통해 사회 구조를 고찰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모계와 부계를 중심으로 친척 한 명 한 명의 모습으로 이들이 각각 사회적 구성원으로 지니는 기표를 표현하고 싶다”며 “가족 이야기지만 나와의 관계를 지우면 노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대학 입시 등 놓인 위치·상황에 따라 사회문제를 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작업으로 자본주의가 유입된 동남아시아의 변화를 렌즈에 담고 싶다”며 “감상자가 이야기를 많이 도출할 수 있는 사진을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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