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서 기획자로 변신작품 선정 등 다양한 업무 / 공연 레퍼토리 발굴 중점
“기획자는 도전해야 합니다. 실수를 맛봐야 무엇을 잘못했는지 방법적으로 고민하고 계속 할 거라면 수정·보완합니다. 실수를 줄여 가면 실패의 확률은 낮아지고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의 제작감독 겸 연극단체 ‘예술공장’ 대표인 박영준 씨(35). 그는 긍정적인 사고, 스펀지와 같은 수용력의 소유자다. 예술극장의 자체 기획뿐 아니라 대관 공연에도 관람자와 기획자의 시선으로 공연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박 감독은 “기획자는 장르를 불문하고 골고루 보고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계속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내 것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관도 내 공연처럼’이라는 기치로 공연장을 기획한다. 공연장의 상품 가치를 높여 재대관이 이뤄지도록 입소문 마케팅을 한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130일이었던 우진 예술극장의 공연 일수는 지난해 200일을 넘었다.
그는 “상당수 공연장이 대관 팀에게 ‘하지 마세요’라는 통제를 하며 의욕을 꺾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하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이를 할 수 있게끔 비법을 공유해 품질을 높이는 일이 스탭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그는 애초 연극 배우으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전남 광양 금호도에서 섬소년으로 태어난 그는 교회에서 극(劇)을 처음 접했다. 재미와 함께 재능이 있다는 주변의 평가로 배우의 길을 결심한다. 우석대에서 연극동아리를 하다 대학 2학년 때 선배의 추천으로 극단 ‘하늘’에서 연기·조명 등을 배웠다. 군 제대 뒤 창작극회에 배우로 들어가 얼떨결에 기획을 맡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연극놀이 교실 강사를 하며 경제력을 확보하고 연극을 지속할 수 있었다.
2006년부터는 전주시립극단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두바이·카타르 공연도 추진했고 대형 공연을 위한 협업, 마케팅 등도 진행했다.
그가 생각하는 기획자는 공연을 위해 싸우고, 바로 잡고, 발로 뛰어 결과물로 말하는 사람이다. 공연계에서 기획은 연출가와 작품을 선정하고 공연 일정을 확정하면 제작·연출을 뺀 나머지 일을 수행한다. 저작권 협의, 홍보물과 웹페이지 제작, 블로그와 홈페이지 관리, 인쇄물 배포, 모객, 예산 확보를 위한 기금 신청 등을 맡는다.
그는 2005년부터 우진문화공간 전시장에서 이뤄진 공연의 객원 조명감독을 하던 중 2010년 이 곳의 공연장 건립을 계기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기존이 연극 전문기획자였다면 여기는 다양한 장르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초창기라 할 일이 많아 좋았습니다.”
그는 “제작감독으로 첫 기획이 공연 비수기인 1~2월에 지역 연극인을 활용한 젊은 연출가전이었다”며 “우수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싶었는데 각 극단마다 전용 소극장이 있어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가 시도한 작품은 가정의 달을 겨냥한 어린이 뮤지컬이었다. 그가 2008년 4월 지역 예술인과 모여 만든 예술공장의 ‘오리날다’. 더불어 2012년 15분짜리 공연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안무·연출가와 협의해 지난해 별도의 댄스컬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관람료 매출이 발생하면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 용기가 생겼습니다. 매년 장기 공연의 레퍼토리를 발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획자로 그가 바라는 점은 관련 인력의 양성이다.
그는 “지역에 기획 인력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도내 예술단체는 대부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담 기획자를 두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문화예술단체의 문제점을 살피면 결국 답은 기획자의 확보다”면서 “지원기관에서 기획 인력을 제공하는 제도를 이용하고, 각 단체에서도 후배들을 심부름하는 주변인 예술인으로 활용하기보다 기획자로 키워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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