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판소리 1인극 '별 소릴 다하네' 공연 마쳐 / 남아 있는 가수의 꿈 음반 내고 콘서트하고 싶어
“제가 그동안 ‘좋은 거니까 무조건 들어주세요’라며 너무 관객을 기다리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판소리도 소리로 소통하는 작업인 만큼 동시대인이 공감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 7일부터 23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 우진문화공간에서 ‘발라드 판소리’라 이름 붙인 1인극 ‘별소릴 다하네’공연을 15차례 펼친 김대일 씨(33).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국악은 항상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보다 소리는 재미있고 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별소릴 다하네’는 1인극인 판소리의 형식을 차용해 수궁가를 토끼의 입장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극이다. 장기 거래와 서민의 ‘간’을 내먹는 자본주의를 풍자했다. 지기학 연출, 김백찬 작곡으로 김대일 씨가 작창과 출연을 맡았다.
변기와 휴지걸이가 전부인 무대. 한 켠에는 음악과 ‘깨알’같은 연기를 담당하는 반주자 4명이 자리해 2시간 가까운 공연이 이뤄졌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15~17일 초연했다. 우진의 ‘우리소리 우리가락’이 올해 첫 공연으로 100회를 맞아 소극장 레퍼토리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올렸다.
걸걸한 목소리로 1인 다역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했던 김 씨는 “국악을 소재로 한 장기 1인극이 드문데다 나만의 작품을 가지고 싶어 시작했는데 대본 작업과 공연 제작까지 2년이 걸렸다”며 “판소리는 이야기가 있는 노래인데 발라드(Ballad)의 본디 뜻도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판소리 마지막은 항상 ‘끝은 누가 알리오’로 세월이 지나면서 더듬을 넣어 8시간짜리가 완성됐다”며 “이 작품도 열린 구조로 끝을 맺어 앞으로 2~3시간 공연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이기도 한 그는 마니아층 아닌 대중에게 다가가는데 초점을 맞췄다. 국악과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댄스,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을 판소리와 섞어 귀에 친숙함을 주었다.
김 씨는 “창극을 하다보니 소리로 젊은층과 교감하는 부분이 약했다”며 “힘들게 준비했는데 1~2번만 공연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국악공연의 장기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악도 전통을 뿌리로 현대적인 포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악의 현대화는 뿌리를 흔드는 게 아닌 다양한 시도입니다. 이러면 소리가 망가진다고 우려도 하시지만 국악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정체된 전통은 예술로 대접받을지 의문인 만큼 소리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김 씨는 “창작극을 하고 나서 인식이 바뀌었다”며 “국악의 뿌리를 더 보여주고 싶지만 관객이 받아들이는 적정한 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과 실험적인 작품을 넘나드는 그는 고1 때부터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웠다. 이전에는 가수를 꿈꿨다. 이번 작품 속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본인의 이야기다. 세수하다가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노래를 불렀다.
그는 “변성기가 지나 판소리를 공부했는데 원래 목소리가 굵었다”고 들려주었다.
전주예고로 진학한 그는 “친구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그야말로 죽어라 했다”며 “항상 소리 테이프를 들었고, 조소녀 명창으로부터 힘을 많이 쓰지 않고 목 쓰는 법을 배워 이 길을 걷는데 최고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북대 한국음악과에 입학하고 나서는 각종 판소리대회(일반부)에 출전하면서 실력을 다졌다. 지난 2001년 임방울 국악대전 대상, 2003년에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참방, 동아국악콩쿠르 2등, 국립국악원 주최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1등을 했다. 2005년 4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입단한 뒤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판소리 퍼포먼스그룹 ‘미친광대(美親廣大)’의 창단에 참여했다.
그는 앞으로 당분간 음반 활동을 할 계획이다. 최근 창작 국악가요로 구성한 앨범을 발매했다.
김 씨는 “아직 가수의 꿈이 남아있어서 인지 음반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콘서트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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