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한씨·활동가들 힘모아 직업교육에 취업까지 도움 / 거리 나가 기념사진 찍어주며 나눔 실천 바이러스 전파도
모든 학교에는 이름이 있다. 학교의 이름은 학교의 위치한 곳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 이름으로 교훈이나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때론 그 학교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명함이 되기도 하고 자랑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전주 영화의 거리 한 복판에 개교한 한 학교, 그 학교의 이름은 없다. 통칭 ‘이름 없는 학교’.
이 학교에 이름이 없는 이유는 이렇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사랑을 전할 수 있지만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누구의 명예도 아니며, 오직 아이들에게 모든 걸 전해주는 학교. 그렇기에 거창하게도 ‘이름 없는 학교’라 지었다고 한다.
△여럿이 한 명의 꿈 이뤄
3년 전부터 혼자 ‘이름 없는 학교’를 준비해온 송재한(34) 씨. 그가 바로 이 학교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홀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만나며 사비로 도움을 주며 이 학교를 시작했다. 꿋꿋하게 때로는 외롭게 이어오던 이 학교가 이제는 제법 ‘교실’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과 선생님도 여럿이 생겼다.
이름 없는 학교는 국가에서 인증 받은 정규 교육기관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 인증 사립 교육시설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더더욱 멀다. 조금은 더 특별한 학생을 위한 학교이자, 놀이터이자, 카페이자, 집이다.
“장애가 있어서 꿈을 포기하는 아이, 경제적 사정으로 꿈을 포기하는 아이, 흔들리는 가정환경으로 꿈을 포기하는 아이, 이들을 위해 현실적인 기회를 주고 교육에서 취업까지 꿈을 이루게 해주는 곳입니다. 말이 학교지 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한 켠이 공간의 전부죠.”
이 학교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꿈과 원하는 직업을 포기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나아가 실질적으로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도록 도와준다. 이 곳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은 모두가 교직이수를 받은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자신이 지닌 ‘재능’을 기부하며 커피, 미술, 사진, 그리고 소통까지 아이들이 꿈에 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액 무료로 이뤄진다. 순도 100% 열정과 꾸밈없는 봉사로 만들어진 학교다.
송 씨는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선물을 준다면 그것은 한 사람이 아닌 수만 명의 가치를 빛내는 길이라는 신조가 개교의 동기였다.
“고등학교 교실 안에 앉아있는 40여명의 학생들 마음 속에는 누구나 작던 크던 각자의 꿈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꿈과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명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명의 아이에게 1번의 기회라도 줄 수 있다면, 또 나눌 수 있다면요.”
이 학교의 졸업생 조가람 군은 포스터 및 판촉물 디자이너가 꿈인 친구였다. 2D 디자인에서 수준급 실력을 갖췄지만 사회에서는 그의 실력만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의 아픈 몸 때문에 몇 번의 취업과 퇴사가 반복됐다.
송 씨와 이름 없는 학교 선생님들은 가람 군과 ‘수다’를 닮은 수업을 진행하며 회사생활에서 디자이너로서 광고주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비법을 전수했다. 일반 디자이너와의 차별성을 위해 사진을 직접 찍어 디자인 소스를 만드는 법도 가르쳤다. 현재 그는 전주에 위치한 광고회사에 취업했고 위기 사항이나 실수에는 이름 없는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이 번갈아 출동해 문제 해결과 무마를 돕고 있다.
△나눔 약속 위해 길 위에 서다
송 씨가 하는 일은 이름 없는 학교뿐만 아니다. 그는 한옥마을과 대학교 일대를 돌아다니며 기념 사진을 찍고 현장 인화도 무료로 해준다. 그리고 그가 받는 대가는 작은 약속 하나.
“점점 잊히는 세월호를 가슴 속에 담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싸우고 틀어진 친구나 애인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하겠다는 약속해주세요.”
“나에게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옳은 일을 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바쁘지만 나눔의 손길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까지도 나누며 살자고 다짐하며 손가락을 거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유니세프에 기부 중인 연인은 더 많이 찾아다니며 기부하겠다 약속해 주셨고, 경기도에서 친구들과 놀러온 여성분들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 말하겠다 약속 해주셨어요. 전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나눔의 약속에 뭉클했습니다.”
그는 이름 없는 학교와 나눔 약속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꿈이다. 100번의 약속이 무한번의 나눔과 사랑으로 실천되도록 말이다.
“저의 이야기를 보신 모든 분들이, 어디든 좋으니 나눔을 실천하셨으면 좋겠어요. 바로 옆 사람을 돕고, 이웃을 도왔으면 해요. 혼자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따뜻함으로 대해줄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일. 나눔은 어렵지만 쉽고, 복잡하지만 간단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필자도 그와 ‘나눔약속’을 하였다. 그가 필자와 나누고 싶어 하는 약속은 이랬다. “저와 같이 나눔을 하는 친구들이 전라북도에 많습니다. 제게 힘이 되고 함께 있을 때 시너지를 내는 친구들이죠. 그 친구들을 더 많이 찾아나서 주세요. 그래서 꼭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보여 주세요.”
우리 모두 스스로 나눔 약속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하루 주변 이웃을 위해 내가 나눌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생각하고 실천하기까지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바쁜 일상에서 ‘따뜻한 나눔’을 지니고 살아가면 그처럼 마음에 넉넉한 여유 한 폭 정도는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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