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수상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수상 타이틀도 거창하다.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한국을 빛낸 위대한 한국인상’ ‘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CEO리더십 대상’ 등등. 하지만 상을 주는 단체나 기관들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협회나 언론인연합회라는 단체들이 수상기관의 주류를 이룬다. 기자생활을 28년째 하고 있지만 생경한 단체들이다. 상을 주는 사람이나 상을 받는 사람이나 도대체 상(賞)의 권위나 가치를 알고 주고 받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일부의 경우는 수상하는 단체를 밝히지 않은 채 수상내용만 은근 슬쩍 발표하기도 한다. 낯 간지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상(賞)의 가치는 상을 주는 주체가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또 상을 받는 사람도 과연 상을 탈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따라 상의 권위가 정해진다.
지난 1990년 제정된 서울평화상이 단적인 예이다. 제1회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에 이어 2회에 죠지 슐츠 미 국무장관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정치적 입김 논란이 일었다. 상의 권위는 내팽개쳐지고 국민들의 폐지 여론이 비등하면서 1994년 제3회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주최측에서 폐지 반대 소송까지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1996년 재개됐다. 하지만 20만 달러에 달하는 시상금에도 인도의 네루상이나 필리핀의 막사이사이상 일본의 국제상 등에 비해 서울평화상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지난주 ‘2014년 올해의 법조인상’으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을 고사했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 속에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시상 단체에선 배 변호사가 사양하자 ‘올해의 법조인상’ 명칭에서 ‘상’을 빼고 ‘올해의 법조인’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끝내 고사했다. 그는 상(賞)의 진정한 가치와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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