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결막염·피부염·천식 유발 / 외출 피하고 마스크 착용 필수 / 약물 염증 치료…부작용 거의 없어
날이 포근해지면서 산과 들에 갖가지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봄철 포근한 날씨와 꽃길을 즐기기 위한 가족 또는 연인들의 나들이도 한창이다. 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김선희(45)씨에게는 꽃 구경은 커녕 야외활동 자체가 힘든 일과 중의 하나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5월에는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흐르고 연속해서 재채기를 하는 등 알레르기 비염으로 큰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 뿐만 아니라 꽃가루가 날리기 시기에는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전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승용 교수의 도움말로 봄철 호흡기 질환의 주범 중 하나인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계절성 알레르기 주범 꽃가루
대표적인 봄철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피부염과 알레르기 기관지 천식이 있다.
이중 알레르기성 비염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재채기, 물처럼 흐르는 콧물, 반복되는 코 막힘, 그리고 코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으로 주로 봄철에 꽃을 피우는 나무의 꽃가루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3월에서 5월까지가 가장 증상이 심하며, 최근 환경오염, 미세먼지 등의 증가로 인해 전 인구의 5~20%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또,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이 심하게 가려워 눈을 비비게 되고, 증세가 심하면 눈이 충혈되거나 눈곱이 끼기도 한다. 피부염의 경우에는 꽃가루들이 공기 중에 날려서 피부에 닿으면 눈 주위, 얼굴, 목, 손, 팔 등 노출 부위의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가려워진다. 드물게 전신 피부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기도 하고 전부터 있던 피부염이 악화되기도 한다.
기관지 천식의 경우에는 기관지가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켜 기도가 좁아져 기침이나 가래가 증가하며, 심한 경우 쌕쌕거리는 천명음과 함께 호흡곤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계절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이 계절성 알레르겐, 즉 꽃가루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망울이 터지면서 나오는 아주 작은 꽃가루에 의해 발생한다.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코·기도 등을 통해 이 같은 꽃가루를 들이마시면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봄과 가을에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초봄에는 주로 오리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측백나무, 소나무, 개암나무, 버드나무 등의 꽃가루가 날리며 이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한 알레르겐이 된다. 그리고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는 각종 잔디, 목초의 꽃가루들이 일부 날아다니지만, 공기 중의 농도가 그리 높지 않아 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을에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꽃가루는 돼지풀, 쑥과 같은 잡초의 꽃가루 등이다.
날씨도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꽃가루의 농도는 따뜻하고 건조한 오전 시간대가 가장 높으며, 비가 오는 날이나 바람 없는 날에는 꽃가루가 공기 중에 잘 날아다니지 못하므로 증상이 경감된다. 하지만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이 친 후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진단과 치료
증상에 대한 문진을 시행해 알레르겐 피부반응 검사, 피부 패치테스트, 혈액검사로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단백질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단을 한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의 핵심은 무엇보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것이다. 꽃가루가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방문이나 창문을 잘 닫아 놓고 외출을 되도록 자제하고 외출시 꽃가루를 막을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귀가 후에는 샤워로 몸에 있는 꽃가루를 털어 준다. 꽃가루가 붙기 쉬운 니트, 털 등의 옷보다 꽃가루가 붙기 힘든 옷을 입도록 한다. 조깅 등의 호흡량을 늘리는 야외 운동을 줄이고 실내 운동이나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으로 원인물질을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적당한 약물요법은 필수적이며, 드물게 면역치료나 수술적인 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는 증상을 경감시켜주는 항히스타민제나 기관지 확장제 등의 대중적인 치료와 함께 코와 피부, 기관지 점막에 생긴 알레르기 염증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치료가 주를 이루게 된다.
현재까지 알레르기 염증의 치료로는 스테로이드제제가 가장 효과적인 약제인데, 비염의 경우 비강내로, 피부염은 연고나 크림, 천식에는 기관지흡입제의 형태로 약물을 투여하므로, 소위 스테로이드제로 인한 전신적인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 박승용 전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 "제철과일로 알레르기 증상 완화를"
박승용 전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시기에는 실외 활동을 줄이고, 꽃가루가 유행인 지역으로의 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승용 교수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 예방법으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외출 자제 △외출 시 안경과 마스크 착용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에 빨래 실외에 널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꽃가루나 오염물질이 집안으로 날아들어오므로 낮 시간엔 창문을 가능한 닫고, 두 시간에 한 번 정도만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야 한다”면서 “진공청소기나 물걸레로 집안 구석구석을 자주 청소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특히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히스타민이 포함된 고등어와 참치·오징어·문어·새우, 고단백 음식을 피하고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제철 과일은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이 풍부해 해독작용과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여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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