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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세계화 필요성과 방향

수많은 경쟁력 있는 자원 / 지역 차원서도 적극 발굴 / 국가 브랜드 가치 높여야

▲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전통문화는 한 국가의 문화정체성과 문화경쟁력의 핵심에 위치하며,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핵심 자원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브랜드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기업’, ‘과학·기술’, ‘현대문화’ 등의 브랜드 경쟁력을 지녔지만, 전통문화의 브랜드 경쟁력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일제의 문화 말살정책과 광복 이후에 밀려온 서구화의 물결,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공업화라는 격랑을 헤쳐 왔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의 단절을 경험하였다. 광복 이후 문화정책에서 전통문화의 복원이나 원형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전통문화 생활화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왜 전통문화를 생활화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문화를 과거의 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상 전통문화는 과거의 문화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생명력을 지닌 문화다. 또한 ‘전통이 미래’라는 화두처럼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위한 문화자원이며, 소프트파워를 견인하는 동력이자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의 발전,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자국 문화의 세계화에 관심을 쏟는 많은 국가가 전통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가나 민족의 문화정체성을 형성하는 전통문화가 세계화될 수 있는가, 자국 전통문화를 다른 국가나 민족에 전파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가라는 문제 제기와 관련된 시각이다.

 

그러나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에서 밝히고 있듯이, 문화란 전파와 접변의 과정을 통해서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특성을 지니고, 우리의 전통문화도 우리만의 고유문화로서가 아니라 외래문화와 융합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전통문화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지니며, 따라서 전통문화 세계화에서는 고유성과 함께 인류 문화의 보편성을 함께 발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과제가 남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문화가 우리 삶과 괴리된다면, 전통문화의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호응을 얻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대중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진정한 세계화도 우리가 먼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전통문화를 향유할 때 가능해진다. 또한 그것은 전통문화의 산업화와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앞선 기고에서 전라북도가 한국 전통문화의 발신지이자 생활화와 재창조에 앞장선 곳임을 밝힌 바 있다. 전라북도는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에 필적할 만한 창극과 같은 발전 가능성과 경쟁력을 지닌 많은 전통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전통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문화 상품화하여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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