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어항’ 비응항 지나 새만금 방조제 통과 / ‘세계 최장 일주탑 현수교’ 고군산대교 위용 / 자동차, 무녀도 초입서 돌아가야…자전거 추천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재난문자’ 소리. 폭염을 조심하라는, 사실 바깥에 잠깐이라도 나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으로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참 요란하게도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사람들이 어디 길을 나서기 전이 아니라 다들 이미 밖에 있을 시각, 정오가 가까운 때가 돼서야 이런 메시지를 보내다니, 사람 약 올리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7월 20일. 타는 듯한 햇볕만 뺀다면, 그야말로 아주 좋은 날씨였다.
지난 5일 개통된 고군산군도 연결도로로 가려면 우선 새만금 방조제 길을 타야 한다. 전남이나 광주 등 남쪽에서 접근하려면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군 변산면으로 간 뒤 방조제를 따라 가력도를 거쳐 올라가야 하고, 서울·대전 등 북쪽 지역이나 전주 등지에서 접근하려면 흔히 ‘산업도로’라고 부르는 21번 국도를 타고 군산 비응도를 거쳐 방조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취재팀은 군산 방향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전주에서 접근하기에는 아무래도 이쪽 길이 넓고 단순해 찾아가기가 좋다.
△방조제 시작점은 ‘관광 어항’ 비응항
먼저 마주친 것은 비응항이었다. 원래는 비응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었는데, 1994년에 군장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 과정에서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더는 ‘섬’이 아니게 된 곳이다.
군산 서부에는 이런 곳이 많은데, 내초도, 오식도 등도 비응도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행정구역명이 ‘내초동’인 내초도 지역은 섬으로서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졌지만, 오식도 지역과 비응도 지역은 아직도 ‘오식도동’, ‘비응도동’으로 불리고 있다.
하긴, 최근에 오식도동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오식도 초등학교는 아예 ‘새만금 초등학교’로 개명되기도 했다.
“그러게 뭣허러 나오자고 했어?”
강아지 한 마리가 지쳐 그늘을 찾고 있고, 한 중년 남성이 강아지 목줄을 잡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허허 웃었다.
비응항은 전북의 대표적인 ‘관광 어항’으로, 낚시꾼을 비롯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서는 낚싯배나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다.
그 자체로 ‘목적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만금 방조제의 북쪽 끝(정확히는 4호 방조제의 북쪽 끝. 비응도~내초도 간 군장산업단지 남측 방조제도 새만금 방조제 구간에 포함된다)이기도 해, 새만금 방조제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다.
북쪽을 바라보면 커다란 날개가 돌고 있는 풍력발전단지가 보이고, 그 사이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165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이 보인다.
방향을 돌려 남쪽을 바라보면 곧게 뻗어 있는 거대한 방조제와 함께, 산봉우리처럼 솟아 있는 섬 몇 개가 보이는데, 이것들이 바로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들이다.
△교통로? 관광지? 새만금 방조제
비응항을 한 바퀴 돌고 새만금 방조제에 올라탔다. ‘세계 최장 방조제’로 알려진 새만금 방조제의 총 길이는 33.9㎞. 무려 19년 동안의 공사 끝에 지난 2010년 4월 준공됐다.
방조제와 간척지의 용도, 그리고 환경(특히 갯벌생태계와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적어도 ‘교통로’와 ‘관광 명소’로서의 기능에는 충실한 편이다.
이 방조제로 인해 가력도·신시도·야미도 등은 육지와 완전히 연결됐고 또 고군산군도 연결도로를 통해 무녀도가 추가로 연결됐으니 교통로의 기능은 확실한 셈이고,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오가며 풍경을 바라보기 좋아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으니 ‘관광 명소’로서도 나쁘지 않다. 특히 자전거 라이더 사이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날 방조제 중간 ‘돌고래 쉼터’에서 만난 한진섭 씨(73)도 그런 이유로 새만금 방조제를 찾은 자전거 마니아였다. 그는 휴가철을 앞두고 고군산군도가 가족단위 휴가지로 적절한지 자전거로 사전 답사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전거를 좀 좋아해요. 좋아해가지고 남한강, 북한강, 뭐 이 지역 저 뭐야 섬진강, 전남 영산강, 충청남도 금강… 요렇게 막 자전거 타고 다녔어요. 여기는 처음이에요. 선유도까지 돌고 나오는 길인데, 아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가지고, 콧노래, 노래 부르며 그러고 가는 거예요. 저기 비응도 가서 짬뽕 한 그릇 하고 집에 갈라고.”
한 씨 외에도 이날 새만금 방조제에서는 자전거 라이더를 여럿 마주칠 수 있었다.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시작점 ‘신시도’
돌고래 쉼터를 지나면 야미도가 나오는데, 야미도는 크기가 신시도보다는 작지만, 선유도로 가는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 낚시 명소로 알려진 곳이기도 해서 언제나 북적이는 편이다.
야미도를 지나면 곧바로 신시도가 나온다. 신시도는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 이 일대의 실질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새만금 방조제 구간에서 가장 큰 휴게소인 새만금 휴게소가 이 섬에 있고, 새만금 동서 2축 도로가 이 섬 인근에서 시작한다. 또 ‘아리’ 공연이 펼쳐지는 ‘아리울 예술창고’가 이 섬 바로 남쪽, ‘신시도 33센터’ 인근에 있다.
최근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됐는데, 바로 고군산군도 연결도로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신시도항 인근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무녀도로 향하는 연결도로에 올라탈 수 있는데, 신시도의 북쪽 해안을 빙 돌아 나가는 구조로 돼 있다.
연결도로 왼쪽에는 산이,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진다. 이 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 코스라고 할 만하다. 차도 좌우에는 상하행선이 구분된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설계부터 ‘자전거 라이더’들을 고려한 듯하다.
다만 연결도로만을 보고 나갈 게 아니라면, 자동차는 신시도항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세워두고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가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잠시 뒤에 서술하기로.
자전거 대여소에서는 2인용 자전거를 포함해 100대를 운영 중이고, 이용 요금은 3시간 3000원, 1일 5000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언덕을 올라가니, 한동안 ‘단등교’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고군산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두바이의 유명한 호텔 ‘부르즈 알 아랍’을 연상시키는 영문 알파벳 D 모양의 주탑이 당당히 서 있었다. 돛단배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위엄도 위엄이지만, 미(美)적으로도 꽤 괜찮은 구조물이다.
흔히 현수교라고 하면 광양만을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처럼 다리 양쪽에 서 있는 탑이 강철 케이블로 상판을 지탱하는 다리가 떠오르지만, 고군산대교는 현수교면서도 탑이 하나밖에 없다. ‘일주탑 현수교’라고 하는데, 이 주탑의 힘으로 지탱하는 구간이 400m다. 이는 일주탑 현수교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것이라고 한다.
400m라고 하지만, 실제로 다리를 건너보면 길이가 1㎞는 족히 돼 보인다. 사실은 신시교·무녀교가 양쪽에 붙어있는 구조라 그런 것인데, 전체가 한 다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위화감이 없다.
어디서 봐도 멋지긴 한데, 도로가 상·하행 1차로씩뿐이라 나중에는 통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좌우의 풍경을 즐기느라 서행하거나 멈추는 이가 있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듯하다.
△자동차엔 “안 돼, 돌아가”…자전거가 甲이네
다리를 전부 지나 무녀도에 닿으면, 2016년 7월 기준, 이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은 더 없다. 4.4㎞의 부분개통 구간은 여기서 끝이다.
선유도 방향으로는 중장비들이 도로를 내고 있고, 그 앞은 ‘회차 지점’이라는 팻말이 가로막고 있다. 외부 차량은 로터리처럼 돼 있는 이 회차 지점을 돌아 나가야 하고, 무녀도 주민들은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을 통해 마을로 들어간다.
현재까지는 따로 주차장도 없기 때문에, 여행객으로서는 도리가 없다.
이것이 바로 신시도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자전거를 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 힘들다면, 스쿠터처럼 발로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이륜 이동수단이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일 테고, ‘세그웨이’나 ‘전동 휠’ 같은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실제로 이날 무녀도와 선유도에서 자전거와 스쿠터, 오토바이는 수도 없이 봤고, 세그웨이나 전동 휠을 타고 다니는 이도 몇 명 마주쳤다.
다만 무녀도 초입에서부터 선유도 3구·장자도·대장도 등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나오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모자랄 수도 있다.
취재팀은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주차한 뒤 도보로 선유도까지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무녀도 해안길을 따라 (아직 문을 열지는 않은)전망대로 향했다. 아담한 주차공간과 화장실, 그리고 전망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공사 중일 뿐이다.
한 단 아래, 좀 더 바다에 가까운 콘크리트 길로 내려가면 짠 바다 냄새가 확 끼쳐 온다.
‘꽥꽥’도 아니고 ‘빡빡’도 아닌, 수달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합쳐놓은 것 같은 소리가 연신 들려온다. 갈매기 소리다.
무녀도 해안 마을을 거쳐 서쪽, 선유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출발할 때 약간 뿌옇던 하늘이 맑아졌고, 태양은 취재팀의 머리 위를 그대로 내리쬐고 있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이제야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바람. 무녀도의 해안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길이자 고행길이었던 여정의 시작이었다.
<계속>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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