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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굴비의 제자리 찾기

공직사회 기강 확립 위해 부패 접대문화 없어져야…'김영란 법' 특효약 기대

▲ 객원 논설위원

한 7~8년 전쯤 되나 보다. 가까운 친구와 서울에 문상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승용차를 내 준 후배와 운전기사까지 일행 4명이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복어탕 한 그릇에 겨우 6500원이라니…. 당시 전주에서도 생선탕류는 보통 7000~8000원 할 때였다. 복어찜에 소주까지 한 잔 걸치면서 속으로 그랬다. ‘서울 강남이라는 곳이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구나. 진짜 싼 것은 시골보다 더 싸다더니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식사를 끝낸 후 친구가 받아든 계산서엔 자그마치 일금 47만원이 찍혀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복어탕 한 그릇 값은 6500원이 아니라 0이 하나 더붙은 6만5000원이었던 것이다. 복어탕 한 그릇에 6만5000원이라…. 덕분에 백수 신세에 한 끼 십몇만원 짜리 고급 음식을 먹어본 경험은 얻었지만 0 한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 불찰(?)은 친구들에게 ‘와룡선생 상경기’로 두고두고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느닷없이 7~8년전 강남 복요리집 탕 음식값이 생각난 것은 요즘 한창 논란을 빚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앞으로 공직자(사립학교 교원·언론인까지 포함)들은 식사 등 접대비로 3만원 이상을 초과할 수 없고 명절때 선물값도 5만원을 넘길수 없으며 각종 경조사비도 10만원 미만으로 제한 받도록 돼있다.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지나친 소비성·낭비성·뇌물성 접대문화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나는 공직자도 아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편도 아니어서 한 끼 식사에 몇만원짜리 접대받을 일도 없고 내 돈내고 사먹기도 어려우니 관심을 꺼도 그만이다.

 

그런데 그 때 강남의 그 일식집 밥값이 갑자기 떠오른것은 지금까지 그 정도는 보통(?)으로 여겨왔을 공직자들의 접대 입맛이 이를 어떻게 견뎌낼까 염려스러워서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공무원의 경우 행동강령을 제정하여 접대비 3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어디 제대로 지켜져 왔던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이런 규제로 공직기강을 바로 잡기가 매우 어려우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김영란법’에 대해 공직사회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신 외식업계나 농축산물 생산 농어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점이다. 높은 자리 공직자들은 엊그제 청와대 오찬 메뉴에 오른 화려한 식단을 보고 대통령도 저 정도인데 우리야 어쩌려고(?)하는 안도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외식업계에서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식사자리가 위축돼 막대한 매출 손실이 우려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선물값 축소에 대해서도 한우 농가나 굴비 생산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명절 때 선물세트로 가장 인기있는 한우나 굴비는 보통 10만원~몇십·몇백만원 짜리가 즐비한데 이를 과다하게 제재하면 이 분야 생산업자들은 다 죽으란 말이냐고 항변하고 있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사실 민간영역까지 지나치게 규제하고 적용 범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거나 배우자 보고의무 조항까지 두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에 나는 동의한다. 부패는 못 막고 소비만 위축시켜 내수경기 침체는 물론 모든 인간관계까지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우려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여러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의 고질과 병폐로 지적되어온 학연·혈연·지연, 정실과 금품수수로 얽히고 설킨 부패문화의 청산을 위해서는 이 법은 반드시 시행되고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통계를 보면 일반 직장인은 점심값으로 1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비율이 겨우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뱃살에 기름이 많이 낀 고위 공직자들은 95%의 개·돼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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