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5:44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의정단상
일반기사

국가 재정의 세대간 형평성 확보해야

▲ 김현미 국회의원

‘90일 후 원금 2배 수익 보장’ 1920년대 미국 전역을 홀린 찰스 폰지의 광고다. 투자자들은 약정 수익금이 실제 지급되자 재투자와 함께 지인들을 2차 투자자로 모집했다. 그러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으로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결국 폰지의 사기극은 투자자를 계속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막을 내렸다. 배당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떨어지면서 들통 난 것이다. 이로부터 폰지는 금융피라미드의 원조로 불리며, 다단계 금융사기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었다. 이른바 ‘폰지 사기 (Ponzi Scheme)’의 탄생이다.

 

소수 미래 세대가 다수 현 세대 부양

 

정부 재정지출의 세대 간 부담정도를 연구한 보스턴대학교 로렌스 코틀리코프 교수는 저서 〈세대충돌〉에서 미래세대에게 불리한 재정, 예산 구조를 ‘폰지 사기’로 표현했다.

 

국가가 재정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부족하지만 우리 예산 체계도 지역, 성별, 계층별 형평성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반영하고 있다. 반면 세대별 형평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는커녕 실태파악조차 되어있지 않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2016년인 올해 정점을 찍고 급격히 감소해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소수의 미래세대가 다수의 현 세대를 부양하게 된다는 의미다. 국가재정은 이러한 인구구조가 가져올 부작용을 대비해야한다. 그런데 현재의 예산구조와 국가재정 구조는 이를 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2016년 현재 535조원을 초과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제3차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2044년 최대 2,558조원까지 늘어난 후 급격히 줄어들어 2060년에는 고갈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2083년 국민연금 수지는 -870조에 달하게 된다.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국민연금 구조는 필연적으로 미래세대의 희생, 즉 ‘세대 간 연대’를 바탕으로 한 제도다. 이는 다음세대가 이전세대와 비교했을 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논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의 부정적 변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적자전환, 그리고 경제성장률 둔화가 한꺼번에, 그리고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간 연대’는 ‘폰지사기’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세대간 형평성을 위한 ‘세대인지 예산제도’를 제안한다. 세대인지예산제도는 ‘성인지예산제도’처럼 세부사업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형태로는 큰 의미가 없다. 다른 세대를 인지하지 않고 특정 연령에 혜택을 주는 복지제도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대인지 예산제도 도입 필요

 

반면, 전체 세입, 세출 예산의 재정정책이 특정 연령, 특정 세대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는지 큰 틀에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세대인지예산제도는 거시적으로 전체 재정의 세대 간 형평성을 분석하고,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성과평가를 할 수 있는 ‘세대인지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부채 전망이 포함된 장기재정전망, 각 세대별 순 재정부담액 규모 및 관리계획, 관리목표, 성과평가를 담아야 한다. 또한 공적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미래세대 재정부채 규모와 세대인지가 필요한 모든 예산항목에 대한 관리계획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재정의 세대형평성 확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1925년 한 해 동안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던 폰지는 24년 후 교도소에서 무일푼으로 사망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