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필자는 26일 동안 자전거로 전국을 여행 했다. 나름 테마를 정한 기획된 여행이었는데 그건 바로 ‘대학과 사람’이었다. 전국의 거점 국립대를 탐방해 대학과 그 안의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 보고자 했다. 전북대에서 출발해 전남대, 경상대, 경북대, 부산대, 강원대, 서울대, 충북대, 충남대 순으로 지역거점 대학을 방문했다. 각 대학만의 홍보팀과 대학언론사를 찾아가 그 대학만의 고민과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오늘날의 총학생회 ‘역할’을 찾는 데에 있었다.
대학은 작은사회, 대표기구 역할 중요
자전거 여행을 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때 만난 몇몇의 총학생회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지역과 밀착된 총학생회는 강원대 총학생회였다. 학교로부터 학생회 간부들에게 지급되던 비용을 모아 강원도 도서벽지 곳곳에 도서관을 지어줬다. 지역에 대한 강원대의 애정과 헌신의 크기는 강원대에 대한 강원도민의 자부심에 비례한다. 학교본부와 의기투합한 곳은 경상대 총학생회였다. 경상대는 유일하게 지역이름을 붙이지 못한 거점 국립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꽤 많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경남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경남대는 사립대고 경상대가 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다. 당시 경상대 본부와 총학생회의 신경은 온통 ‘경남국립대’로의 이름 복원에 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대학언론사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다. 서울대 대학신문 1면 기획기사 주제는 ‘여전히 학생자치대표기구로서 총학생회가 필요 한가’ 였다. 기껏해야 연예인 섭외해 치르는 축제나 학생복지 사업 등을 진행하는데 ‘총학생회’의 타이틀을 걸고 해야 되는 이유가 굳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총학생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단순한 회상 때문이 아니다. 대학이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 지역 공동체의 모습이 달라진다. 대학은 작은 사회다. 총학생회는 그런 작은 사회의 대표기구다. 작은 사회의 대표기구 역할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은 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총학생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설령 과거 유럽에서처럼 전제적 지배로부터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책 대신 무기를 들고 전장에 앞장 서는 시대는 아니더라도, 총학생회가 은행 ATM기를 늘리거나 잔디를 심은 운동장을 확산하기 위한 역할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 오히려 대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 개개인의 꿈과 적성, 그리고 능력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에 저항하고 바로잡는 데에 앞장서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일을 할 사람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도전해야 하고, 그들을 투표로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릇된 사회 바로잡는 이가 회장돼야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이 말은 그 이름(名)에 부합한 실제(實)가 있어야 그 이름이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매년, 11월이면 전국의 대학가는 총학생회 선거를 치른다. 모두가 다 이름을 바로잡는 데 나설 수는 없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성적 관리도 해야 하고, 취직 준비도 해야 한다. 다만 총학생회다운 총학생회를 이끌 이들을 관심 가지고 잘 뽑자. 1%때문에 99%가 힘든 시대라면 반대로 1%만 좋은 생각과 행동을 해줄 대표기구를 뽑으면 99%가 근사하게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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