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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을 왜 하냐는 물음에

▲ 권화담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2학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택견은 이렇다 할 정도로 고수는 아니지만 오래 한 만큼은 기본적인 실력은 있다 자부할 수 있다. 흔하지 않은 특기인데, 어떻게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조금 웃기지만 택견복 때문이었다. 어릴 적 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떠오르는 검은 조끼와 붉은 끈이 어찌나 예뻐보여서 검도도, 태권도도 아닌 택견을 선택했고 나는 현재까지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질문이 ‘택견을 왜 해?’라면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단순한 운동이나 무술이 아닌

 

택견복이 예뻐서 택견을 시작했지만, 내가 택견을 지금까지 하는 이유는 택견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회를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모습, 택견을 향한 사람들의 열정 같은 것도 있지만 택견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택견에서 서로의 실력을 뽐내며 경쟁하는 것을 ‘견주기’라고 한다. 견주기처럼 상대를 때릴 수 있고 때려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누구나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대치도 아니고 뚜렷한 규칙도 있고, 보호구도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을 처음 마주치게 되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말 때려야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누군가를 상처줘도 괜찮은 것인지 망설이는 동안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를 제대로 차지 못하는 나에게 당시 택견을 가르쳐주던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던 것이 있었다. 견주기에서 이기고 싶을 때 제일 중요하게 삼아야하는 것은 ‘깡’이라고. 선생님께서는 ‘깡’이라고 표현했지만 상대와 대치할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한 것이겠다. 상대방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고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상태를 누구보다 빨리 준비하는 것. 그것이 ‘깡’이었다.

 

이 용기가 준비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려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된다. 제 아무리 자신이 연습 때 빠르고 강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용기가 없으면 견주기에서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나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라고.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를 가지라고.

 

깨달음은 얻었지만 경기에서는 졌다. 선생님은 경기를 보시고는 나에게 경기를 왜 이렇게 연습보다 못했냐며 한참을 나무라셨다. 져서 시무룩할 나를 생각하셔서 더 그러신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이후에도 택견을 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상대와 나의 거리를 재는 방법, 무게 중심 유지하기, 때로는 앞이 아닌 옆이나 뒤에서 상대하는 법,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가끔은 정직하지 않더라도 페인팅 하기…. 택견은 나에게 단순한 운동이나 무술이 아니었다. 나에게 살아가는 용기를 주고 살아가는 방법을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살아가는 용기와 방법을 준 경험

 

사람들은 택견을 할 줄 안다는 나에게 자주 묻는다. 너는 택견을 왜 해? 사람들은 잘 안찾는 무예잖아. 구구절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항상 말을 잘 하지 못했다. 택견을 좋아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놀림거리가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말하자면, 그래도 멋쩍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단지 누군가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락 하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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