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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실습생 자살, 예고된 비극"

교육 목적 상실…정책 기본 방향 재정립 한목소리 / 대책위·정치권, 토론회 개최

최근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고생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 사건을 넘어, 현장실습이 교육 목적을 상실하고 관련법조차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예고된 비극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현장실습 관련 법 및 제도 정비, 노동인권교육 강화, 학교별 취업률 평가 중단 등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구됐다.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익산을)을 비롯한 국회의원 12명은 22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창 출신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전주의 여고생 홍 양은 학교와 회사가 체결한 표준실습협약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었으나,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추혜선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통신사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이용자는 선택권을 제약당하고 노동자는 마음 떠난 가입자를 붙들기 위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문식 교육선전부장은 “2016년 8월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현장실습 자료에 따르면 1689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이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편의점, 휴대전화 판매업체 등에서 근무 중이었다”며 “취업률 집계에 단순 단기직 근무까지 포함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의과대학 김인아 교수(작업환경의학교실)는 “현장실습생에게 ‘콜수’라는 형태로 업무량을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이전의 녹음 파일을 듣도록 하는 것은 감정노동과 작업장 폭력”이라면서 “독일에서는 악성 고객이나 업무 수행 중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별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은 홍 양의 과거를 문제 삼고 있다”며 “이는 곪은 곳을 어떻게 도려낼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곪은 곳을 건드린 손가락을 탓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장실습을 위해서는 정책의 기본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특성화고 목표가 ‘취업’인지 ‘파견형 현장실습’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학교별 취업률 평가 중단, 노동인권 교육 강화, 현장실습 관련 법 및 제도 정비 등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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