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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 된 서남대

남원 서남대는 1991년 개교했다. 설립자는 이홍하로 서남권 명문 종합대학을 내세웠다.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대거 유출되던 때여서 남원 지역사회는 이홍하의 대학 설립을 크게 반겼다. 실제로 서남대는 개교 5년만인 1995년 의예과를 신설했고, 이어 2002년에는 충남 아산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확장세를 보였다. 남원 외곽 서남대 주변의 지가 상승도 나타났고, 주민들의 자긍심과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아쉽게도 서남대의 질적 성장은 없었고, 신입생 충원도 잘 안됐다. 급기야 충남에 세운 아산캠퍼스는 공학계열로 설립 인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공학계열 신입생을 모집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그럭 저럭 운영은 됐다. 하지만 2018학년도 ‘인구절벽’을 앞두고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서남대는 부실대학 위험군으로 몰렸다. 2012년에는 설립자 이홍하가 1000억 원 가량의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로 기소돼 결국 징역 9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어도 당장 뿌리가 뽑힐 것 같지 않았다. 2014년 2월 김제 벽성대가 폐교될 때에도 서남대는 유지됐다.

 

서남대의 희망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지역사회의 열렬한 후원이다. 남원 시민들은 물론, 남원시와 전라북도, 남원 지역구 국회의원 등 거의 모두가 서남대를 살려야 한다고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 이들의 서남대 정상화 요구는 폐교로 인한 남원 지역경제의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남대의 두 번 째 희망은 의예과였다. 의과대학은 보건복지부가 신설을 엄격히 통제, 신규 설립이 매우 어렵다. 전북대가 약대를 신설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때문에 예수병원유지재단과 명지의료재단, 서울시립대, 삼육대, 한남대 등 의료재단과 대학들이 서남대 의대를 낚아 채기 위해 혈안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홍하의 교비횡령액 333억원 보전 등 대학의 구멍난 재정 문제를 서남대 정상화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333억 원과 기타 서남대 부실에 따른 재정 해결책을 속시원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힘든 의과대를 욕심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금은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서남대 폐교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갑도 열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장단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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