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경우 각 부처의 예산에 자치단체 관련 사업들을 어떻게 반영시키느냐가 첫 관문인 셈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소관 부처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칼질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국회 예결특위 소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다. 지역 현안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량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발휘된다.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을 놓고 자치단체마다 대풍가를 부르는 것 같다. 지역의 현안사업에 국비를 잘 확보했다는 자랑이다. 전북도는 3년 연속 6조원대 국가예산확보를 내세웠다. 전년보다 3150억원 증가해 전년도 0.3%보다 훨씬 높은 5%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곁들여졌다. 군산시는 3년 연속 1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익산시는 6721억원 확보로 역대 최고 예산을 확보했단다. 다른 거의 모든 시군들도 역대 최대의 국가예산을 땄다고 나팔 불며 자랑한다.
자치단체마다 자랑하는 역대 최대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근거가 궁금하다. 정부 예산중에는 해당 지역의 현안도 있지만, 여러 지역에 걸친 사업이거나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업도 많다. 정부 예산 중 지역 예산만 똑 떼어낼 수 없는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예산을 전북의 국가예산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농진청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대부분이 전북에서 집행되는 만큼 전북의 국가예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실제 전북도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확보한 국가예산을 합하면 전체 정부 예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불명확한 기준 때문이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올 전북도와 정치권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올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가 잘 된 것 같다. 역대 최대 예산확보라는 수사가 붙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현안 사업 예산들이 잘 반영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사업 예산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표준 잣대도 없는 역대 최다 예산확보라는 숫자놀음은 그만 거두자. 새만금사업을 일찍 마무리해 다음해 전북의 국비확보 총액이 반토막 난들 어떠랴.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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