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등 유동인구 포함해 기준인구 산정, 정책 세우면 전북도 인구는 200만 아니다
내 고향 전라북도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유장하다. 순역(順歷)의 세월을 견뎌낸 자가 보여주는 기품이 있다. 아름다움은 기억과 경험을 통해 전승된다. 두 개의 길이 있다.
눈 쌓인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었다. 편백나무는 크고 곧았고 향기가 진하다. 밑에 다른 나무나 잡초를 키우지 못하지만 그늘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편백나무의 효능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길이 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간다. 편백나무 숲은 유명해졌다. 완주 상관 이야기이다.
늦가을 옥산저수지를 갔었다. 입구에는 갈대가 가을을 붙잡고 아침 저수지는 물안개를 피웠다. 이 물그릇은 빽빽한 관목 사이로 우주를 순환하듯 둥그런 길이 있다. 세 시간 정도 걷다 보면 다시 갈대다. 여름을 지낸 갈대숲은 철새 떼를 하늘로 보낸다.
아름다운 길은 변산 해안에도 지리산 둘레에도 마이산에도 있다. 어디 길뿐이랴. 징게맨경의 넓은 들은 한국 최고이다. 이 들은 김훈의 ‘파행하는 만경강’을 안고 황금이라는 세속의 색깔을 원형질로 보여준다. 동쪽으로 가면 산이 빼곡하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이 호남정맥의 근간으로 버티고 있다.
전북은 오랜 세월 동안 농업이 발달해왔다. 데메테르 여신의 축복을 받은 거룩한 땅이다. 먹거리를 책임져온 농업은 이제 전북이 가진 고유한 자연환경을 더해 도시민들에게 최적의 케렌시아(Querencia)를 제공한다. 찾는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케렌시아는 치유의 장소, 쉼터 등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이다. 최근 힐링과 연계된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쓴다.
도시의 빠른 삶에 지친 사람들은 내 집과 같이 느껴지는 장소, 즉 케렌시아를 찾는다. 이런 요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 전북이다. 관광공사가 승인한 통계에 의하면 2016년에만 3100만 명의 관광객이 전라북도를 찾았다. 2017년도 11월까지 가집계 결과 3400만 명이나 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전북을 찾는 이유는 만족감이 높아서이다. 이것을 ‘2018 트렌드 코리아’는 가심비라 한다. 가성비를 뛰어넘는 개념이다. 각 개인이 지불하는 가격과 비교하여 심리적 만족감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만족은 마음의 상태이다. 가격이 비쌀 수도 있으나 독특하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전북을 방문한다. 맛있다면, 아름답다면, 추억이 된다면 찾아온다.
이게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공장과 굴뚝으로 대변되는 산업화를 벗어난 다른 발전방안이다. 소위 내발적 발전은 지속가능성이 있다. 전북이 현재 하고 있는 생태관광전략과 이를 전 시군에 연결시키는 관광패스, 3농정책 등의 노력이 더해져서 전북을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면 다른 방향의 인구 정책도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획기적으로 정주인구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인구를 방문객, 체류객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과 관광객 등 모든 유동인구를 포함하여 기준 인구를 산정하여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전라북도 인구는 200만이 아니다.
이 관점을 포함하면 전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은 가심비 시대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잼버리 대회를 잘 준비하면서 사회인프라를 확충시키고, 농업특산품과 체험, 생태관광의 고리가 강화될 때 케렌시아로서 전북의 가심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게 전북의 산하와 현존하는 자원이 우리에게 주는 의무이자 유산이라고 본다.
△김광휘 부단장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장관정책보좌관, 전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장,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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