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차질 없이 성취시키려는 주도면밀한 노력이 중요
하루의 시간이 자시(子時)에 시작되듯이 1년의 세월 역시 자월(子月)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동짓(冬至)날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래서 한 해의 액운(厄運)과 질고재앙(疾苦災殃)을 물리치고 길상(吉祥)과 건강, 행복을 간구(懇求)하는 마음으로 동짓날에는 양기(陽氣)를 상징하는 대표적 식품인 팥죽을 쑤어서 온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 사람들까지 다 같이 나눠 먹곤 한다.
선대의 지혜로운 이들께서는 우주 자연(天)의 양기(陽氣)는 동짓달(子月)부터 시작되지만, 사람의 새해는 인월(寅月)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파악하여 사람 중심의 기준점을 세워 ‘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에 따르면 올해 무술(戊戌)년의 경우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는 양력 2월 16일에 해당한다.
물론, 좀 더 높은 차원의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영겁의 시간과 광대무변한 공간은 본래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 한민족의 세상을 처음 열었던(開天) 단군(檀君) 왕 검(王儉)의 지혜로운 가르침이고 그 내용은 천부경(天符經)에 ‘시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無始無終)’라는 말로 요약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유한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경우 순환 무단의 영속적인 시간의 한 허리를 도려내어 시작과 끝을 정하여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인생의 고귀한 시간을 잘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게 마련이다.
자연현상의 시작이든, 인간 만사의 시작이든 시작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그 의미를 반감시키고 퇴색시키는 결정적 계기는 시작할 때의 간절한 마음과 비장한 각오를 초지일관 한결같이 유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하다가 마침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내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철인(哲人) 노자(老子)는 그의 저서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인생의 시간 관리를 그런 식으로 하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에 이어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천 리를 가려는 계획도 발밑에서 시작되는 법이다(千里之行 始於足下) 그런데 무리한 욕심을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하므로 실패하고(爲者敗之) 집착할 대상이 아닌데도 집착을 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執者失之).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많은 일이 늘 거의 완성단계에 가서 실패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따라서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여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실패할 일이 없을 것이다(愼終如始則無敗事).-도덕경 제64장”
우리 인생의 시간에서 무술년 한 해를 빛나는 삶의 한 페이지로 완성하려면 부디 연초에 마음먹은 그대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니라 작심 삼백육십오일(作心三百六十五日)로, 연말까지 초지일관(初志一貫) 시종여일(始終如一)한 자세를 잃지 않고 계획하였던 일을 차질없이 성취시키려는 주도면밀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곧 다가오는 입춘(立春) 절에 이어 설날을 맞으면서 시작될 올 한해는 우리 모두 마음속의 여의주(如意珠)를 득(得)하여 소원하는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원만히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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