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36명, 연간 1만 3000여 명 꼴이다. 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의 주요 원인은 정신적인 문제(36.2%) 경제생활의 어려움(23.4%) 신체 질병(23.4%)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이 많은 것은 정신적인 우울감,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직업 문제 때문에 부모 곁을 떠나는 자식이 증가했다. 결국 핵가족 생활이 보편화 됐고, 자식이 여럿 있어도 홀로 생활해야 하는 대한민국 노인들이 얼마나 유쾌한 노후를 보내고 있겠는가.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은 건강이 약해지거나 병이 들면 요양병원으로 간다. 요즘은 '당연한 코스'가 됐다. 하지만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엊그제 밀양 세종병원 참사 등에서 보듯 요양병원은 병들고 지친 노인들의 안식처인 것만 아니었다.
전북지역에서 그래도 좀 나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주지역의 32개 요양병원 중 무려 13곳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40%에 달한다. 전북지역에 영업 중인 요양병원 82곳의 안전이 우려 수준인 셈이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단 2건의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무려 68명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단 건물에서 불이 났다 하면 큰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살기 힘들어서 자살하고,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하고, 병들어 죽고, 불이 나서 떼죽음 당한다.
잇따르는 화재 참사는 결국 인재였다. 소방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화재 발생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았고, 방화문 등도 무용지물이었다. 화재로 정전됐지만 비상발전기는 먹통이었다. 그 중심에 스티로폼이 있다.
화재로 인한 사망의 직접 원인은 대부분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이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주요 건축재는 스티로폼이다.
요즘 건축에서는 단열 보온 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쓴다. 샌드위치 판넬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이다. 콘크리트 건축물이든, 친환경 목조주택이든 가리지 않는다. 벽의 안팎으로 10㎜, 20㎜ 수준도 아닌 100㎜ 전후의 두꺼운 스티로폼을 쓴다. 평소에는 집안을 따뜻하게 하고, 난방비도 절감해 준다. 그렇지만 불이 나면 스티로폼은 독가스를 뿜어낸다.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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