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20세기 천재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남긴 말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한국특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4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조각, 회화, 판화, 사진, 영상 등 총 120점이 전시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01년 스위스 이탈리아 국경 인근마을에서 태어났다. 알베르토 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는 어린 알베르토가 예술적 재능이 있음을 알아본다. 1919년 제네바 미술공예학교에 진학한 자코메티는 아버지의 지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받았다. 졸업 후 1922년 파리로 간 자코메티는 프랑스 시인 앙드레 부르통을 중심으로 한 초현실주의자들과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0여년이 지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자코메티는 초현실주의에서 벗어나 경이로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자코메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거칠고 강한 인상의 입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조각이든 그림과 데생이든 대상이 주변과의 관계와 거리, 크기, 색깔, 움직임, 심지어 생명력 등을 자신의 시각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리하여 전후 위태로운 인간의 실존을 딛고,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앙상한 뼈대로 죽을 힘을 다해 ‘걸어가는 사람’이 완성되었다. ‘걸어가는 사람’은 일생동안 예술적 모험과 도전을 끊임없이 모색한 자코메티의 불멸의 작품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고 자코메티는 연극 대사의 독백처럼 글을 남겼다.
사무엘 베케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무대장치는 자코메티가 맡았다. 문학과 미술에서 두 거장이 만나 불후의 연극이 만들어졌다.
굴러 내려오는 바위를 끝없이 올려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시지푸스가 떠오르는 전시다. 한 예술가의 고독과 불안, 지난한 삶의 여정이 추위를 무색케 한다. 나는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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