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수도는 처음 위례성 이었으나 장수왕의 남진정책에 밀리면서 공주로, 마지막엔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멸망(660년)한 이후 무려 1300 여년간 잠들어있던 부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면적(624.6㎢) 면에서 서울시나 고창군, 무주군 등과 비슷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부여를 일컬어 상전벽해(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의 표본으로 꼽는다. 롯데그룹과 충청남도, 부여군이 함께 손을 잡고 거대한 프로그램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경주보문단지가 있다면, 서쪽에 ‘백제문화단지’가 있는데 2010년 완공된 백제문화단지는 8000억원 이상이 투자됐고 주변에는 이후 롯데리조트, 아웃렛 매장 등이 들어섰다. 백제문화단지 활성화를 위해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일대에 쇼핑, 레저, 문화가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롯데가 약 50만평, 충남도가 약 50만평, 총 100만평 규모의 이 단지에는 310개 규모의 호텔급 콘도를 비롯, 롯데아울렛, 골프장 등이 연일 성업중이다.
군 단위에 불과한 부여가 이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심대평, 이완구, 안희정으로 이어지는 역대 충남지사의 열정과 역대 부여 군수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공감 능력, 그리고 부여출신 정계거물 JP(김종필 전 총리)가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주민들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치열한 논쟁을 벌였으나,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일부 비판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소매상이 피해를 본다는 고정관념이 강했으나 이를 논리와 설득으로 넘어섰다. 2010년 롯데부여리조트를 필두로, 롯데스카이힐 부여CC, 롯데아울렛 부여점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지역경제는 크게 살아났다. 전통 문화유산을 숙박, 쇼핑시설 등과 연계시키면서 지역 부가가치 또한 크게 높아졌다. 롯데아울렛 부여점은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방문객의 9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주변 상가도 활기를 찾았고 지역민 고용에 따른 낙수효과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구 7만의 자치단체 부여는 오늘날 놀라울 정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부여군의 상전벽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부럽기만 하다. 지금은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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