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발제·토론 내용 정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지역신문발전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포털 업체의 지역 뉴스 배제에 대해 “지방 분권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자들은 “디지털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차별이 없다는 착각이 포털로 하여금 ‘디지털 식민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디지털 시대 지역신문의 민주적 역할)
여야 정치권에서 지역 언론이 위기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다수의 정치인과 지방에서 살고 있는 국민 다수가 포털 사이트의 지역뉴스 차별에 대해 모순점을 인지하고 개선하려 하지만, 당사자인 네이버와 다음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구글의 경우 검색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뉴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국민 90%가 사용하는 네이버와 다음은 메인화면이 뉴스로 시작한다. 이들은 뉴스 전달을 독과점하는 사업자가 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전체 지역언론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벌지만 지역 뉴스에 대해선 1원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뉴스를 전체적으로 보면 전국단위 뉴스에 집중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관련된 뉴스를 접할 기회가 드물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지방분권의 경우도 중앙언론이나 포털에서는 뉴스 의제가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언론을 중앙에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의제는 국가적 의제가 되기 어렵다. 지역주민이 지역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앙언론이다.
결국 지역언론이 자기 지역의 소식을 활발하게 제공하는 언로가 활성화됐을 때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동영,강효상 의원의 개정안은 좋은 기회다. 포털이 지역뉴스를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포털사업자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정부의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문제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의견을 교환해서 대안을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도형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
포털에 대해선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언론사는 언론사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고 포털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가장 중요한 뉴스 소비자들의 경우도 현재의 방식이 정말 편리하고 좋은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해서 정부도 지역 주민이 자신의 생활에 맞는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지 정밀한 실태조사를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실태조사를 거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신문법 개정이나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려고 한다. 지역기반 뉴스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나 다음보다 구글이 관심이 많은데 기사배열이나 댓글 등의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상태다.
신문구독료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입법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정책과 관련해선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한시법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점진적으로 감액편성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한시법 문제를 정리해준다면 문화부에서도 거기에 부응해 노력하겠다.
△우희창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선진국과 달리 지역신문의 디지털 전환이 느린 이유는 포털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이 ‘갑’의 입장에서 ‘을’인 언론사와 전재료 협상을 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지역뉴스를 노출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치기반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지역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소비자들이 읽는다는 사실이다. 지역뉴스는 종이신문으로 소비되는 비율은 낮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지역민에게 전달되면 분명히 소비된다. 지역언론의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역신문 지원사업도 이런 점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의 한시법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한시법으로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상시법으로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역언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해야 한다.
△김승일 부산일보 편집국 디지털본부장
그동안 포털업체를 상대로 위치정보에 기반해 모바일 뉴스에 지역언론사의 뉴스를 노출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포털업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검토해보겠다는 등의 말만 할 뿐 이렇다할 응답이 없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모두 빠른 시일 내에 실현돼야 한다.
디지털전환에 성공한 해외 매체들을 살펴보면 정밀한 분석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일본 닛케이 신문의 경우 모바일에서 독자들이 기사의 어느 부분까지 읽는지를 분석해 다음 기사를 준비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기사를 단어 단위로 쪼개서 소비 성향을 분석한다. 우리도 이런 분석을 하고 싶지만 포털 문제에 걸려 분석을 할 수가 없다. 한국의 디지털 뉴스는 모두 네이버 서버 안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네이버만이 뉴스소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포털의 지배적 지위가 남용되고 있어 지역신문이 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
기술적 측면에서 지역에 특화된 기사는 수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여행이나 출장을 온 사람들도 어느 식당을 가야 할지, 지역 현안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언론의 콘텐츠를 이용한다. 최근 뉴스 소비 성향을 살펴보면 독자들은 뉴스의 생산자 브랜드보다 내용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법안처럼 위치정보에 기반해 지역 콘텐츠를 제공할 때 중앙언론이 다룰 수 없는 내용을 전달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다만 일부 지역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광고는 해결되야 한다. 콘텐츠와 광고 모두 질적 수준을 높여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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