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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형 동생 문화

오래동안 좁은 지역사회에서 살다보면 대부분이 형 동생관계로 묶어져 있다. 관계의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형 동생문화가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얼마든지 좋게 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끼리끼리 문화가 배타적 측면이 강해 때로는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연고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까 때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생겨난다. 타 지역도 이 같은 현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북사회는 파이가 작어서인지 형 동생문화가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가 걱정스럽다.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가운데는 알게 모르게 지연이나 혈연보다는 학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연이 편가르기 기준으로 작용한다. 전북사회가 생산활동 미진으로 역동성이 떨어져서인지 아직도 학연관계가 고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접 충남이나 광주 전남만해도 대학 중심의 학연관계가 형성돼 지역사회를 주도해 가지만 전북은 유별나게 고등학교 중심이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일류고등학교가 없어졌지만 잦은 선거로 출신 고등학교를 더 따진다.

지역이 발전하지 못해 못사는 원인이 여럿이 있겠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사소한 것에서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역대정권들이 국가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전북발전을 더디게 했지만 약간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바로 학연에 따른 형 동생문화의 잘못일 수 있다. 앞에서는 체면 때문에 좋게 말해 놓고서는 뒤에가서 총질을 가하는 이중성이 문제라는 것. 형 동생 문화는 정과 의리가 본질이어서 교언영색하는식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

체면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만날 때마다 술 밥 한번 먹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광주나 전남에서는 그런식으로 안한다. 말하면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 자꾸 립서비스를 하다 보면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세상을 가식적으로 살다보면 진정성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 사람은 신뢰가 안 간다. 형 동생은 말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관계다. 마음의 문을 열고 뼈속으로 스며드는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빗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서로가 사소한 것에서 신뢰를 쌓으면 전북은 희망이 생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지만 굳이 헛소리하면서 살면 안된다. 괜히 싫은 소리 들을 필요도 없다. 지금 전북이 힘들지만 더 희망적인 사회로 가려면 형은 형처럼 동생은 동생같이 의리를 지켜고 살아야 한다. 학연과 같은 인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배척할 게 아니라 큰 생각을 갖는 사람을 안아줘서 키워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북인들이 역사의식을 갖고 형 동생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워 갔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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