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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이제 때가 된 것 같다"…야구대표팀 감독 전격 사임

아시안게임 금메달 자존심 못 지켜줘 참담한 심정
금메달 어렵지 않다던 국회의원 발언에 사퇴 결심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내려놓는다.

선 감독 측은 14일 취재 기자들에게 급히 문자 메시지를 돌려 오후 2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사임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추정됐고, 선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선 감독은 “정 총재와의 회견 후 따로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 감독은 입장문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고, 금메달 세리머니조차할 수 없었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저는 결심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또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사퇴 결심을 확고히하는데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시대의 비판에 둔감했던 점을 재차 사과하면서도 “선수 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가 낳은 독보적인 ‘국보급 투수’인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취임했다.

구본능 전 KBO 총재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선 감독에게 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선 감독은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잡아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대회는 만 24세 이하 한국, 일본, 대만 프로야구 유망주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였다.

선 감독은 당시 대표 선수들을 바탕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팀을 뽑겠다며 한국 야구의 유망주들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올해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선 감독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일부 선수들의 병역 기피 논란과 함께 대표팀 선수 발탁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선 감독과 올해 1월 취임한 정운찬 KBO 총재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일로 비화했다.

선 감독은 “병역 혜택을 고려하지 않고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추렸고, 소신껏뽑았다”며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불공정,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TV를 보고 대표 선수를 뽑은 건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공개로 선 감독의 방식을 반박하면서 선 감독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 감독은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관찰하고 포지션별 대표 후보 선수를 비교하려면 집에서 TV로 5경기를 지켜보고 뽑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병역 혜택 논란에서 부차적인 이 사안을 문제 삼았고, 정 총재는 손 의원의 질의에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명확하게 대답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정 총재는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으론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고 답해 선감독을 부정하기도 했다.

이미 위상에 큰 금이 간 선 감독은 이후 말을 아꼈지만, 마음으론 대표팀 감독 사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프로야구의 최대 잔치인 한국시리즈가 12일 끝나자 14일 신상 발표 형식의 기자회견으로 사임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선 감독은 입장문에서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국감 발언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며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정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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