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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범람과 한 해의 시작

어느 날 문득 우리 앞에 와있던 ‘새해’가 가고, 또 다른 ‘새해’가 들어서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책상 위에 새해 달력이 놓이기 마련인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12월이 가까워오면 신년 달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쓰임이 예전만 못하지만 편의성으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한눈에 한 달 단위 날자와 요일을 알 수 있는 달력이 우선이다. 문화가 달라지면서 달력 생산이 크게 줄었지만 새해가 되면 여전히 달력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달력 생산은 시장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한때 인쇄업계에는 그해 달력 제작 주문량에 따라 새해 경기를 가늠할 정도로 달력 제작은 시장 경기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이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당초 인류는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은 태음력으로 날짜의 순서를 매겨나가는 달력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태양력을 사용한다.

태양력의 대표주자는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반포한 달력, 그레고리력이다. 그 이전까지 서구 문명은 율리우스력을 사용했으나 계절과 달력이 맞지 않는 오차가 생기면서 율리우스력의 한계를 보완한 그레고리력이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1896년에 이를 도입했다.

사실 태양력은 이집트인들이 만든 달력이 그 기원이다. 고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1년을 30일 단위로 열두 달을 구성하고 연말에 제일(祭日) 닷새를 더해 1년을 365일로 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집트 사람들이 한해를 시작하는 시기다.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유역에서는 해마다 일정한 때가 되면 강물이 범람해 대지를 적셨다. 이집트 사람들은 365일 중 나일강 물이 붇기 시작해 유역을 범람하는 이 시기를 한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집트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나일강의 범람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물이 불어나 물 수량이 평소보다 세배 가까이나 되는 때는 7월 무렵이었다. 이즈음 나일강 물은 유역을 넘어가 고원에 비옥한 흙을 가져다주고 사막을 적셔 새생명을 안겼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나일강의 범람은 자연 재해가 아닌 축복이었던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만든 달력이 나일강 물이 불어나는 시기, 7월 무렵에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나일강의 범람이 한해의 시작이었듯이 우리에게도 새해의 시작에 축복이 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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