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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들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평양냉면 맛집 하나를 알게 됐다. 재개발사업으로 철거위기에 처했다가 논란 끝에 살아남게 된 ‘을지면옥’이다. 서울시가 ‘생활유산’ 보존을 위해 당초의 재정비사업을 중단하고 도심의 노포(오래된 가게)를 보존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을지면옥’은 철거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토지소유주들과 사업을 추진해온 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살아남았으니 생존권과 개발의 효용성이 충돌하고 명분과 실리가 다투는 과정에서 도심의 옛것을 지켜낸 노력과 그 결실이 커 보인다.

문득 ‘을지면옥’의 역사가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오래된 가게의 연원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맛집’의 기준은 그 식당을 찾았던 수많은 블로거들의 평점으로 탄탄히 견인되지만 ‘오래된’의 기준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어찌어찌하다 검색된 자료를 보니 식당이 문을 연 것은 1985년이다. 예상과 달리 짧은 연원이지만 34년 동안 쌓아온 맛집의 공력이 그만큼 깊었던 모양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을 세워 사람들에게 기억돼 이어져 내려오는 유무형 자산을 ‘생활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법제화된 제도는 아니지만 자치단체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일터이니 근대문화유산과는 또 다른 가치의 문화유산 원형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 ‘생활유산’이 대도시의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닿아 있는 모든 도시에는 ‘생활유산’이 존재한다. 그러나 개발이 보존의 가치를 앞지르던 시대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은 하나같이 가치 있는 ‘생활유산’을 대부분 잃었다. 안타깝게도 음식으로 자부심을 가졌던 전주만 해도 수많은 맛집이 이름을 감춘 지 오래다.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것들이 무분별한 개발 과정에서 막무가내로 사라져버린 형국은 안타깝다.

일본 도쿄의 가장 화려한 거리 ‘긴자’에서 만났던 1백년 전통의 작은 화방 ‘겟코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내세운 호사스런 가게 사이에서 유난히 빛나보였던 낡고 오래된 공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해내는 공간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것은 그 도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그때 다시 알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적잖은 ‘을지면옥’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환경이 한없이 위태롭다. 그들의 가치를 살펴 보존의 길을 찾는 일이 절실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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