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3년 한옥마을이 오늘의 모습을 드러낸 이후 처음 일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번 기회를 질적 성장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전주시는 통신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수를 집계한 결과 내국인 1040만3038명, 외국인 13만6662명 등 모두 1053만9700명이 한옥마을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1109만7033명에 비해 5.0%인 55만7333명이 감소한 것이다. 외국인 방문객수는 약간 늘었으나 내국인은 상당수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어찌 보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던 관광객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지금이야말로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비롯해 전반적인 점검이 있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조선의 창건자인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해 오목대와 이목대, 향교, 풍남문, 전동성당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이다. 더구나 1930년대부터 교동과 풍남문 일대에 지어진 660여 채의 한옥은 살아 숨 쉬는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또 인근에 객사가 있고 전라감영이 복원되고 있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전주 한옥마을은 2000년대 말부터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2016년부터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팽창은 부작용을 낳고 ‘위기’라는 말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급격한 상업화로 한옥마을의 정체성 훼손이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좁은 공간에 200개에 육박하는 기념품점 음식점 등 상업시설과 숙박업소 등이 밀집돼 있다. 여기에 엄청나게 치솟은 땅값과 건물 임대료, 크게 늘어난 전동기 대여업소, 저가의 조잡한 외국산 기념품, 불친절하고 비싼 음식값 등도 한몫을 거들었다. 더불어 주차, 소음, 교통문제도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북촌마을 여수, 통영처럼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등도 문제로 등장했다. 또 숙박보다는 낮 시간 잠깐 머물다 떠나기 때문에 체류형 관광지가 되지 못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두 번 다시 올 곳이 못 된다는 관광객들의 푸념도 들린다.
전주시는 이러한 역기능 등을 감안해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양적 팽창과 장삿속에 급급한 행태 보다는 질적으로 성숙한 한옥마을로 전환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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