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야 인기가 좀 식었지만 오랫동안 복싱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숱한 스타가 명멸했으나 전문가들이 꼽은 최고의 테크니션은 단연 슈거레이 레너드였다.웰터급에서 시작해 라이트 헤비급까지 뛰었던 그는 1980년대 무려 5개 체급을 석권했다. 그가 복싱 역사에 뚜렷하게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쟁쟁한 라이벌들이 동 시대에 활동하는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마빈 헤글러, 토마스 헌즈, 로베르트 듀란 등과 더불어 1980년대 복싱 황금기를 이끌었다.
뚜렷한 라이벌의 존재는 일정 부분 개인이나 집단에 있어 성장과 발전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전라북도는 ‘전라복(福)도’라고 한다. 태풍이나 홍수 등 재해 무풍지대다. 며칠전 강원도 일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을 생각해 보면 각종 재난이 적은 전북에서 생활한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지만 동전엔 반드시 앞뒤가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평온하게 살아오면서 안주했고 이는 결국 낙후를 불렀다.
같은 강원도라도 대관령 동쪽의 영동과 그 서쪽의 영서 지역 정서는 전혀 다르다. 영서는 토지도 비옥하고 넓지만 이름 좀 있다는 사람들은 영동인 경우가 많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오면서 적극적인 생활양식이 몸에 밴 때문이라고 한다. 전라도 역시 남도와 북도는 천지차이며, 경상도의 경우 대구·경북 쪽과 부산·울산·경남 등 남도는 성향이 크게 다르다.
흔히 말하기를 충청도 사람들은 단정적인 말투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충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경우 어제는 고구려, 오늘은 백제였던 땅이 내일은 신라의 영토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겉으로 뚜렷한 정치성향을 드러내지 않는게 체득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부산 일대에서 전북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많다고 한다. 부산이 금융중심지에 관한 한 전북을 또다른 라이벌로 여긴다고 하니 한편으론 과하게 대접해 줘 고맙다는 느낌도 든다. 부산 일대에서는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의 논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전북으로의 금융중심지 지정이 결국 부산에 집중가능한 금융공기업을 전주로 빼앗길 것이란 우려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은 전북은 해양금융중심의 부산시와 달리 세계 3위 자산운용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만큼 기금운용의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기금운영의 안정성과 고수익율 창출을 도모시키기 위한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고 한다. 금융공기업 이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 부산 등의 금융중심지와 경쟁이 아닌 자산운용 위주의 금융산업 발전을 통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전북에서 말하는 것일뿐 아직 부산 지역 정치인이나 시민들이 충분히 공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게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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