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인은 서로 싸우며 각종 투서가 난무하고 광주·전남인은 똘똘 뭉쳐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긴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한때는 말이 되지 않는 자기 비하 발언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일정 부분 수긍하게 되었다. 정권에 따라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등용되는 전북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북의 발전을 위해 내놓고 노력하거나 서로 힘을 모아 끌어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불법이나 편법의 카르텔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무형의 자산이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다름에 대한 포용을 말하기도 한다.
전북은 인재 육성과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전북 전체의 광범위한 인재풀을 육성·관리하며 서로 관계를 맺고 정보를 교환하며 상생을 추구하는 문화는 보기 어렵다. 물론 특정 고교 동문이나 동우회, 향우회가 존재하지만 이것은 전체의 이익보다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여 그들만의 폐쇄된 관계와 이익 공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향을 전북인의 피해의식에서 찾기도 한다. 권력이나 핵심에 진입한 적이 없고 늘 변방이나 마름에 머물러 보신주의가 판을 치고 집단과 공동체보다는 자신의 생존에 전력하여 생긴 경향이라 추정하기도 한다.
또한 먹을 것이 적으니 나누기보다는 이전투구를 통해 독점하려는 경향과 분열에서 형성된 나쁜 습성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추정이나 추측이 정확한 것은 아니라 해도 일정 부분 전북인의 모습을 내비치는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 청와대 근무자들도 각종 관계를 형성하고 활용하였는데 유독 전북 출신들은 각자도생이 많았다고 한다.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수평적 네트워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며 스스로 자신들을 가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과없이 청와대를 나온다.
전북대 약대가 유치되었다.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없던 약대 유치는 전임 이남호 총장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다. 김광수 의원도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탠 청와대 인사들이 있었다. 진성준 청와대 비서관과 김금옥 청와대 비서관이 바로 그들이다. 이남호 총장은 아들의 네트워크와 조력이 없었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들이 대의인 약대 유치에 힘을 다해 주었기에 난관을 뚫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다. 이해타산 없이 각자 나름의 역할을 극대화하여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교육과 복지, 정무를 망라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이뤄낸 성과이다.
현재 전북 정치권은 여·야 모두 사분오열되어 있다. 민주당은 도당위원장에게 힘이 쏠리지 않고 각자 이득을 위한 동분서주로 무기력 증에 빠져 있다. 민평당도 중견 인사들끼리 다른 목소리로 힘이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있다. 서로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열된 모습으로 총선을 앞둔 거친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힘을 모아야 전환기 정치 정글에서 살아남으며 관계를 형성할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위에 대한 충성뿐만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힘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민심을 등에 업은 힘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관계, 수평적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한 전북 정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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