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구글(Google)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새로운 소비재로 등록되는 양이 한 달에 4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2만개의 식품·음료가 매 월 시장에 나오고 있다하니 이정도면 “뭘 해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그렇단 얘기이지 1년이면 48만개의 상품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다. 이를 볼 때 세상은 현실적 문제와 비현실적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임이 틀림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올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다가도 새로운 물건이 맘에 들 때 “난 이런게 나오길 지금껏 기다렸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건이 이 소비자의 결핍을 멋지게 해결한 걸까?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소비자의 결핍은 오래 시간 실제로 감내한 부족분 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외부적 자극에 의해 마치 자신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발견한 듯한 착각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컨셉을 만드는 이론과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결핍이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결핍으로 발견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다. 바로 참기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식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 참기름, 하지만 참깨의 고향은 이집트, 북부 아프리카다. 참깨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보인다.
학자중 일부는 삼국사기의 ‘油’라는 글자를 참기름으로 본다. 참깨는 칼슘, 인, 아연, 철, 비타민B1, B2 및 니아신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인 올리엔산과 리놀산, 루이신 및 글루타민산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영양의 보고이다.
특히 강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리그난’이라는 물질이 밝혀지면서 어느 대기업에서 이를 제품명에 추가하여 ‘리그난참기름’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할 정도로 항암,항혈압, 항당뇨, 혈중콜레스테롤 저하 등 그 효과가 다양하고 뛰어나다. 참기름도 예전에 가마솥에 볶고 맷돌에 갈아 만드는 방식에서 기계화를 거치며 변화를 겪게 된다. 초창기 도입된 여러 가지 방식의 기계가 있었지만 쉽게 짜지면서 고장이 없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의 흔하게 볼 수 있는 착유시스템이다. 참깨에서 참기름이 짜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참깨 안에 들어 있는 유지를 눌러서 짜내는 공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름 성분이 참깨 씨앗 안에 있는 섬유질에 흡수되어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름을 짜내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가 필요한데 높은 온도를 가할수록 섬유질은 경화되고 쉽게 기름을 분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높은 열에 노출될수록 섬유질은 석탄화 되어 더 이상 기름을 잡고 있는 힘이 없어지니 기름양도 많아지고 기계적인 힘도 덜 든다. 지금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고온 방식이 권유되고 사용되어진 결과다.
이 때 화학적으로 발현되는 향도 많아져 오랜 기간 두고 팔아도 이상이 없을 만큼 보존성도 강해진다.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생성된 이유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는 볶음참깨의 맛을 나는 기억한다.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서 만들지만 볶음참깨의 맛과 연결되지 않는다. 참기름 고유의 강한 향과 맛으로 존재한다. 참기름에서 볶음참깨의 맛이 날 수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점이 필자가 참기름을 저온으로 짜게 된 이유다. 그리고 7년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그만 방앗간을 차려 놓고 기존과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하여 착유를 시작하였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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