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이 지난 뒤 무더위가 끝나고 시원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상쾌함을 더해주었던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그러나 몇 달에 한번 가족·친척 얼굴을 보는 명절이 청년에게는 달갑지 않은 지 오래다.
2017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 최대의 스트레스로 ‘잔소리, 불편한 친척과의 만남’등 정신적 부담이 1위를 차지했다.
가족, 친척들의 공부, 취업, 결혼 등 생애주기별 걱정거리들이 청년들에게는 비수로 날아온다. 이로 인해 친척들의 잔소리를 센스 있게 극복한다는 ‘잔소리 대처법’까지 등장하기 이르렀다.
또한 청년 구직자 10중 4.9명(2019년 1월, 인크루트)은 명절에 가족들과의 시간 대신 취업 준비를 할 것이라고 응답하며, 팍팍한 청년들의 삶이 명절날 가족과 친척들 간의 정까지 메마르게 만드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여겨져 왔던 생애주기의 흐름이 상당히 느려졌음에도 친척들의 조언에 상처받고, 공부 잘하고 취업 잘한 가족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대체 청년들이 명절증후군을 겪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가족, 친척들의 질문 공세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제 막 사회적 출발점에서 서서 새로운 주체로 진입하려는 청년에게 취업과 결혼이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에 있다고 판단한다.
청년이 독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연스레 늘어가며, 내 한몸 건사하기에도 벅찬 시기가 늘어남에도 부모세대의 기준에 차는 성과를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환경 속에 사회적 안전망은 부실하고 천편일륜적인 교육 및 사회 시스템은 개인의 적성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청년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놓치면서 사는 희망을 잃은 청년에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배제 당하지 않고 뜻하지 않는 어려움에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청년 세대의 문제는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따라서 청년 세대의 문제를 노동의 영역만이 아닌 교육, 주거, 복지 등 복합적 사회문제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휴일 뿐 아니라 명절 때에도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열심히 사회에 나가기 위해 구명보트에 매달린 조난자처럼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다.
청년의 명절 증후군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모순의 표출이다. 홀로 서야할 청년이 마음 놓고 가족의 품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혜령 전주시사회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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