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익산여성의전화에서는 ‘종교인의 성폭력, 종교계는 근절의지가 있는가?’란 주제의 특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익산여성의전화부설 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한 토론회로 우리사회에서의 미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경종을 울려줬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미성년 친조카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씨(36)가 생생한 공개 증언을 통해 목사의 탈을 쓴 어느 종교인의 추악한 민낯을 낱낱히 폭로·고발함으로써 큰 충격을 안겼다.
A씨는 외쳤다.
단지 ‘끔찍했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한 그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자신의 머릿속과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어 “나는 여전히 아프다”고.
1999년 11월.
중학생 이었던 A씨는 끔찍했던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 처진다.
그녀는 큰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신학대 학생이었던 삼촌은 그녀를 성폭행 한 후 주위에 이 사실을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겁을 주면서 살해협박까지 했다.
너무 무서웠고 성적 수치심까지 밀려왔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폭행 피해사실을 쉽게 털어놓을수 없었던 그녀는 가슴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둔 혼자만의 영원 한 비밀로 그냥 묻었다.
그날의 끔찍했던 상처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악몽의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날 친척들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신을 성폭행한 삼촌이 2006년 목사안수를 받고 목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였다.
참으로 가증스러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만 어린 여자 혼자서 할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도통 몰랐다.
그저 속앓이만을 거듭하던 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성폭력 가해자가 목사탈을 쓰는 것은 어떻게 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삼촌의 악행을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을 바꾸게 됐다.
그녀는 2015년 6월 삼촌이 목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교회를 찾아가 성폭행 사실을 알리며 면직을 요청했다.
교회측은 그녀의 엄마와 가해자 삼촌을 통해 성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사직서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사직사유가 개척퇴직으로 진실을 은폐시켰고, 2017년 3월 개척지원금 2억3000만원까지 주면서 익산으로 개척시켰다.
하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그녀는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2017년 6월 14일 목회 활동을 중단하게 해 달라고 총회 재판위에 요구했다.
혹시나 했던 답변은 역시나로 돌아왔다.교단 법에 따라 사건 발생일로 부터 3년 미만인건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징계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10대 어린 소녀의 인생을 한순간 송두리채 멈춰 세워버린 천인공노할 한 목사의 만행에도 꿈쩍하지 않는 종교계가 무척이나 한탄스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더 열심히 뛰어 다니며 외쳤다.
성폭행 가해자 삼촌은 지난 2018년 8월31일 목사면직 처리됐다.목회활동 중단이란 단죄가 내려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성폭행한 나름의 죗값으로 여겼던 응징은 또다른 진실은폐에 지나지 않았다.
삼촌 목사는 현재 익산시 부송동의 한 교회를 통해 목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목사 면직도 아니고 성폭행 사건으로 인한 목사 면직임에도 목회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종교계 성범죄 중징계이고, 강력 처벌입니까?”
그녀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루빨리 마지막 외침이 됐으면 한다.
부디, 이 싸움의 끝에 정의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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