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2019년 군산조선소 재가동 약속이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2017년 6월 말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대통령과 전북도민 앞에 재가동을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조선업 경기가 호전되면 재가동할 것이라는 현대중공업 측의 말만 믿고 3년째 기다려 온 도민들과 근로자들은 허탈한 심정뿐이다. 전라북도의 줄기찬 재가동 요구에도 전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행태에 분노마저 들고 있다.
세계 조선업황의 호전과 함께 국내 조선업계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0월에만 국내 조선업계는 12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86%에 해당한다. 올 10월까지 한국의 선박 누적 수주량은 695만CGT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조선업이 몰려 있는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인다. 경기 회복 지표인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 3분기부터 증가세로 반전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은 지난 25일 자국 내 1·2위 조선사를 합병해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출범시켰다. 중국선박공업그룹은 총자산 132조 원에 직원 수만 31만 명에 달하며 147개 연구기관에 사업 부문과 상장 기업을 거느린 세계 최대 조선사가 됐다. 중국의 조선사 합병으로 한국과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해양조선과 합병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EU 등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조선사가 탄생하면서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문제는 내년 4월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재보다 세계 선박 수주전에 더 유리하게 되고 수주물량 증가에 따른 군산조선소 재가동 필요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재가동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재가동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전북도민과 근로자들을 더는 실망하게 하지 말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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