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아이들의 놀이와 놀 권리, 그리고 놀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책도 나오고 포럼도 열리고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순천시는 놀이터를 시리즈로 만들기도 하고, 전북교육청에서는 놀이강좌를 열어 ‘놀이밥퍼’라는 멋진 이름의 놀이 선생님들을 길러내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놀이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놀이터’가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놀 골목이 없어졌다는 뜻이고, ‘놀이운동’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잘 놀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놀리려는 어른들의 움직임이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몹시 환영할 만 한 일입니다. 어찌 되었건 아이들은 놀아야 하니까요.
우리 전주시에도 아이들의 놀이를 위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야호아이놀이과’가 신설되어 전주 아이들의 놀이를 지원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터를 만드는 등 크고 작은 변화로 아이들의 놀이와 공간을 더 놀기 좋게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이 중 제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의 놀이터가 있으니, 바로 ‘아이 숲’입니다. 딱정벌레가 많아서 딱정벌레 숲, 조경단 근처에 있다고 임금님 숲, 소나무가 많은 숲에 있는 떼구르르 솔방울 숲, 도토리가 많은 도토리 골에는 꼬불꼬불 도토리 숲,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띵까띵까 베짱이 숲 등 아이들이 숲에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조성되었고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앞서 소개한 아이 숲의 이름처럼 앞으로도 모든 놀이터가 그 지역을 담아낼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이름 지을 것을 제안합니다. 한옥마을에 있는 놀이터는 한옥을 짓는 목수들을 모셔다가 전통 방식으로 나무를 끼워 맞추고, 기와를 얹는 등 한옥마을의 요소를 가득 담고 있어야 합니다. 물고기가 많이 숨어 있다는 뜻의 어은골에 놀이터가 만들어진다면 쉬리, 꺽지, 모래무지 등 어은교 근처에 많이 사는 물고기들을 디자인해서 놀이터를 만들고 그 이름도 아이들이 마을의 역사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짓는 것입니다. 백제를 지키는 사방신 중 하나였던 거북바위가 있는 금암동에 짓는 놀이터에는 곳곳에 거북이나 거북바위의 모양을 넣고 예쁜 이름을 지어서 아이들이 내가 사는 지역, 내가 노는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자연스레 체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린봉이 왜 기린봉인지, 아중호수의 아중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송천동은 옛날에 어떤 모습이었기에 송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주에서는 그 마을의 놀이터에 가면 이런 궁금증이 모두 해결된다면 그 또한 우리 전주가 재미있는 도시, 아이들이 즐거운 도시로 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전주는 전국 최초로 아이들의 놀이와 놀 권리, 더 나은 놀이터를 위한 고민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 도시입니다. 바꿔 말하면 ‘전주는 전국에서 미래에 가장 많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도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전주시 곳곳의 놀이터가 새롭게 단장하거나 생겨날 것입니다. 이때 우리 시민들도 놀이터에 관심을 가지셔서 마을의 역사를 담고, 마을 사람들을 닮은 멋진 놀이터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허락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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